[단독] 정부기관 25%만 코인 거래제한…공무원 '셀프 지정' 논란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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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상자산 보유 제한에 관한 운영지침이달 말부터 정부 전체 중앙행정기관 53곳 중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13곳에 소속된 공무원들의 가상자산(코인) 거래가 일부 제한된다. 이들 13개 부처에서 근무하는 장·차관은 가상자산 보유 및 거래가 금지된다.
19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4급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재산등록 시 보유한 가상자산 종류와 수량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신고해야 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 중이다. 지난 5월 김남국 의원(무소속)의 코인 거래 의혹이 불거진 후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같은 달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이뤄진 후속 조치다.기존 공직자윤리법은 대통령·국회의원 등 국가 정무직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지자체 정무직공무원, 4급 이상의 국가·지방 공무원 등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했다. 재산 등록 항목은 △부동산 △1000만원 이상 현금·예금·주식 △자동차 △금·보석류 △회원권·골동품 등이다. 가상자산은 인사처가 2021년부터 가급적 등록할 것을 권고하고 있을 뿐 의무 등록 대상은 아니었다.
인사처는 가상재산 재산 등록을 의무화한 시행령 개정에 맞춰 전체 53개 중앙행정기관에 ‘가상자산 보유 제한에 관한 운영지침’도 최근 전달했다. 지침에 따르면 가상자산 유관기관으로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사혁신처, 검찰청, 관세청, 통계청, 경찰청, 금융위원회, 국세청, 특허청 등 13곳이 선정됐다.
이들 13개 기관에서 가상자산과 직무 관련성이 있는 부서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가상자산 보유 및 거래가 금지된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부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고 인정되는 부서를 뜻한다.지침에 따르면 가상자산 제한 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뿐 아니라 상급 감독자까지 가상자산 보유가 금지된다. 상속·증여 등의 사유로 인한 예외적 보유 사유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제한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전보일 또는 직무 변경일 등으로부터 6개월 동안 가상자산의 취득이 제한된다. 기존에 획득한 정보를 활용해 가상자산을 매수하는 등 이해충돌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가상자산 거래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기관의 기관장과 부기관장은 소관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직위라는 점을 감안해 가상자산 보유·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 예컨대 기재부 장·차관이나 법무부 장·차관, 행안부 장·차관 등은 재직 시 가상자산 보유·거래가 일절 금지된다는 뜻이다.
반면 가상자산 유관기관으로 선정되지 않은 나머지 75%에 달하는 40개 기관 공무원들의 가상자산 거래는 제한받지 않는다. 4급 이상 공무원의 재산공개 등록만 의무일 뿐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거래하는 것에 대한 제재는 일절 없다는 뜻이다. 인사처에 따르면 가상자산 유관기관 선정은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했다. 이른바 ‘셀프 지정’이다.인사처가 각 기관에 가상자산 유관부서가 있는지 질의했고, 각 기관의 질의 여부에 따라 유관기관 13곳이 선정된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8년 유권해석을 통해 가상자산 유관기관으로 지정했던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도 유관기관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선 재산 의무 신고 대상이 아닌 4급 미만 공무원들의 가상자산 투자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특히 가상자산 유관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나머지 40개 기관에서도 직무 관련성을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급과 부처에 관계없이 재산상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공무원을 가상자산 관련 직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부정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가상자산 유관기관은 각 부처의 자발적인 지정이나 전문가 의견 및 여론 등을 수렴해 추후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