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 5억달러에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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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쿠팡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파페치를 인수하겠다고 공시했다. 쿠팡은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그린옥스캐피털과 함께 파페치를 5억달러에 인수할 예정이다.쿠팡과 그린옥스캐피털은 아테나라는 합자회사를 설립한 뒤 파페치를 인수한다. 인수 대금 명목으로 파페치에 브릿지론을 체결해 5억달러를 지급하는 식이다. 아테나 지분 중 80.1%는 쿠팡이, 19.9%를 그린옥스가 차지한다. 사전 회생절차(Pre-Pack Administration)의 일환으로, 쿠팡은 파페치를 인수한 뒤 비상장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쿠팡은 "한국이 1인당 개인 명품 지출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라며 "파페치로부터 엄청난 가치를 끌어낼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쿠팡은 파페치 인수를 통해 약점으로 지적되던 패션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최대 명품 플랫폼으로 꼽히는 파페치에는 샤넬·루이비통·입생로랑 등 명품을 판매하는 유럽 부티크와 백화점 매장 등이 입점해 있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와 팜 엔젤스 등을 운영하는 이탈리아 뉴가즈그룹, 영국 명품 부티크 브라운스, 미국 스타디움 굿즈도 취급한다.포르투갈의 사업가 호세 네베스가 지난 2007년 창업한 파페치는 명품업체들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명품 의류 거래를 중계해주고 30%의 수수료를 받아왔다. 카르티에를 소유한 리치몬트 그룹과 중국의 알리바바 등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유치해 급속도로 성장했다.
파페치는 뉴욕증시에 상장한 뒤 6억7천500만 달러(약 8천800억 원)를 들여 이탈리아의 패션 업체를 인수했다. 또 미국 백화점 니먼 마커스의 지분 매입에 2억 달러(약 2천600억 원)를 투입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된 파페치의 시가총액은 2021년 초 230억 달러(약 30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사업난으로 인해 파페치의 기업가치는 2억 5000만 달러(약 3200억원)로 90% 이상 내려앉았다. 올해 안으로 5억달러를 확보하지 못하면 도산할 것이란 우려도 확산했다. 쿠팡이 파페치의 동아줄이 되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파페치 창업자인 호세 네베스 최고경영자(CEO)는 "쿠팡의 검증된 실적과 상거래 혁신 경험은 (파페치의) 브랜드, 부티크, 전 세계 수백만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