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술잔 든 가족 만찬 그림...180년전 첫 성탄카드를 장식했다

[arte] 조새미의 공예의 탄생
우리는 언제부터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게 되었을까? 크리스마스 카드를 지인에게 보내는 문화는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영국에서도 19세기 초까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오늘날 우리가 인식하는 방법은 아니었다. 1840년대에 이르러 출판 산업 및 복제 기술의 발전에 따라 크리스마스의 상업화가 진행되었다. 이때 크리스마스가 휴일로 지정되었고, 새해 행사였던 선물 교환도 크리스마스로 옮겨졌다.
<그림 1> The Illustrated London News 13, nos. 325-350 (July 8-Christmas 1848)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독일 출신이었던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앨버트 왕자는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등을 포함해 다양한 독일 크리스마스 전통을 영국 대중에게 소개했고, 크리스마스 선물로서 책과 기념품이 중산층을 겨냥해 생산되었다. 찰스 디킨스(1812-1870)는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1843년에 <크리스마스 캐럴>을 썼고 이는 크리스마스의 대중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디킨스는 이 소설에서 가족 모임, 크리스마스 음식, 춤, 게임, 선물과 같은 현대 서양의 크리스마스 문화를 현란하고 풍자적으로 기술했다.
&lt;그림 2&gt; Charles Dickens: A Christmas Carol. In Prose. Being a Ghost Story of Christmas. With Illustrations by John Leech. London: Chapman &amp; Hall, 1843. First edition. Title page. In Wikipedia.
그렇다면 크리스마스카드는 언제, 어떻게 처음 등장했나? 공교롭게도 첫 크리스마스카드는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출판된 해인 1843년에 제작되었다. 제작자는 문화행정가이자 교육자, 발명가였던 헨리 콜(1808-1882)이었다. 콜은 1851년 런던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V&A)의 전신인 사우스캔싱턴 뮤지엄의 초대 관장이었으며, 1852년 실용미술국(Department of Practical Art)의 감독관으로 임명된 후 전문 디자인 교육을 통한 미술 제조업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다. 그는 펠릭스 서머리라는 가명으로 디자이너로도 활동했는데, 티 서비스 세트를 디자인해 공모전에서 수상한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lt;그림 3&gt; Henry Cole, Lock &amp; Whitfield woodburytype, 1876-84. In Wikipedia.
카드를 보내기 위해서는 우편 서비스가 확립되어 있어야할 것이다. 영국의 우편배달 서비스 '로열 메일'은 1516년 헨리 8세 시대에 왕과 왕실만을 위한 서비스로 시작됐다. 공공 우편서비스는 1660년 우체국 법이 통과되면서 확립됐다. 1800년대에는 대대적인 개혁이 단행됐는데, 무게를 기준으로 우편 요금을 책정하는 방식을 채택했고, 1840년에는 빅토리아 여왕의 옆모습이 등장하는 세계 최초의 접착식 우표, '페니 블랙'을 발행함으로써 우편 서비스의 제도화가 가속화됐다.
&lt;그림 4&gt; First world postal stamp ever issued : the Penny Black, Great Britain, 1840. In Wikipedia.
1843년, 콜은 크리스마스 시즌, 자신과 가족의 안부를 묻는 넘쳐나는 우편물에 효율적으로 응답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는 친구이자 미술가였던 존 호슬리(1817-1903)에게 자기 생각을 설명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의뢰했다.
&lt;그림 5&gt; Greetings card, John Callcott Horsley, 1843, England.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호슬리는 콜의 요구에 크리스마스 정신을 표현한 이미지와 간단한 메시지를 한 화면에 포함하는 방식의 디자인을 제안했다. 전체 이미지 구성은 중세 제단화 패널을 연상시킨다. 장식적인 나무 넝쿨로 세 개의 격자 형상을 디자인했고, 그 안에 축하와 자선의 이미지를 배치했다.

호슬리는 행복해 보이는 대가족이 식탁에 모여 건배를 제안하는 상황을 중앙에 배치했는데, 이 이미지에는 어린이들도 크리스마스 펀치(Punch)를 채운 잔을 들고 어른과 함께 건배를 제안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펀치를 좋아했던 디킨스의 1847년 편지에 따르면, “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디 약간, 좋은 오래된 럼주 1파인트, 레몬 껍질 3개, 각설탕 등을 준비해 섞어 몇 분 동안 끓인 후 끓는 물과 레몬주스를 첨가해야 한다”고 기술했다. 다시 카드로 돌아오자. 중앙의 대가족이 배치된 곳 바로 아래 장식적인 장막이 드리워져 있는데 “즐거운 성탄과 행복한 새해를(A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to you)”이라는 메시지를 자수를 놓은 것 같이 표현했다. 이 이미지의 양옆으로 기부 행위를 묘사하는 장면을 배치했다. 이 디자인의 목적은 콜이 편지에 회신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기에 개인적인 메시지를 적기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에게”로 시작하는 수신자의 이름을 적기 위한 빈칸을 카드의 상단에, “-로부터”로 시작하는 발신자를 적기 위한 빈칸을 하단에 배치했다. <그림 5>는 카드 디자이너였던 호슬리가 핸리 콜에게 보냈던 카드 이미지로, 발신자를 적는 부분에 자신의 이름 대신 자신이 화가임을 암시하는 작은 자화상을 그려 넣었다.

이 카드의 제작 방식은 석판으로 1,000부를 인쇄했고, 컬러는 수채화로 손으로 일일이 채색했다. 콜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남은 카드는 대중에게 판매했는데, 흑백으로 인쇄된 카드는 2펜스, 채색을 한 카드는 6펜스로 가격을 책정했다. 이는 당시의 물가에 비해 비싼 가격이었다.
&lt;그림 6&gt; Pencil sketch design for the second Christmas card, William Maw Egley, 1848, England.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두 번째 크리스마스카드는 5년 뒤인 1848년에 제작되었다. 이 카드는 화가 윌리엄 모 에글 리(1826–1916)가 제작했는데, 첫 번째 카드와 유사한 형식을 따르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 화면을 상하로 분리했는데, 상단은 무도장과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 장면을 묘사했고, "즐거운 성탄과 행복한 새해를"이라고 적힌 천 배너 위에 가면무도회의 두 주인공을 배치했다. 카드의 하단에는 구휼의 장면을 묘사했는데, 수프를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과 추운 날씨에 몸을 움츠리고 걸어가는 남자 이미지 등을 배치했다. 에칭 기법을 적용해 제작했다.
&lt;그림 7&gt; Valentines card with paper lace, Embossed coated lace paper and colour lithograph tableau and flowers, Eugene Rimmel (maker), Cheret, Jules (designer), ca. 1880 (made), England.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초기 크리스마스카드 장식 기법은 이미 영국에서 18세기 후반부터 유행했던, 애인에게 보냈던 밸런타인 카드의 영향을 받았다. 종이를 양각 처리하고 투각해 마치 레이스처럼 표현한 장식 방식이 특징적이었는데, 패브릭 아플리케 및 다이커팅을 결합해 정교했다. 이러한 크리스마스카드는 미적으로 세련되거나 예술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1860년에서 1890년에 이르러 다색석판화(chromolithography) 인쇄 기술이 적용되면서 크리스마스카드 제조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1894년 우편요금 인하로 크리스마스카드는 더욱 대중화되었다.
&lt;그림 8&gt; Left to right: Shaped Christmas card with paper lace, unknown, about 1870, England.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A Merry Christmas' (card with paper lace), unknown, 1860 – 80, England.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빅토리아 시대에 카드 교환, 전시, 수집은 하나의 문화가 되어 크리스마스는 회개와 용서의 행사를 넘어선 대중적 사교 행사의 역할도 담당하게 되었다. 또한 상업적 복제 기술을 통해 생산된 울새, 호랑가시나무, 상록수, 시골 교회, 눈 덮인 풍경, 장난치는 어린이, 의인화된 동물들, 나무 장식과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 산타클로스, 게임 등의 크리스마스의 이미지는 빅토리아 시대의 꿈을 확산시켰다.
&lt;그림 9&gt; Folding Card, The Old Woman Who Lived in A Shoe, 6 April 1883. Noel Wisdom Chromolithograph Collection, University of South Florida Tampa Library.
헨리 콜의 효율적인 메시지 전달을 목적으로 고안된 크리스마스카드는 20세기에 걸쳐 국제적으로 유행했고, 자선과 사랑의 메시지도 전했다. 카드 안의 시(詩)에는 광채가 있었고, 카드 위의 이미지에는 유머와 신비로움이 있었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의 기술이 된 요즘은 크리스마스카드를 정성스럽게 만들거나, 구매하여 메시지를 더하고 보내는 수고가 디지털 연결망과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희망해 본다. 전자적 소통이 수고롭게 제작한 크리스마스카드를 대신하더라도, 크리스마스가 친절과 우정의 시간이라는 사실이 변함없기를.

**ReferencesThe First Christmas card, Victoria and Albert Museum
https://www.vam.ac.uk/articles/the-first-christmas-card

A brief history of Victorian Christmas cards
https://www.vam.ac.uk/articles/a-brief-history-of-victorian-christmas-cards

Ken Gelder, DID CHARLES DICKENS INVENT CHRISTMAS?, 2022
https://pursuit.unimelb.edu.au/articles/did-charles-dickens-invent-christmas

William Cook, How Dickens invented Christmas, 18 December 2022, The Spectator, https://www.spectator.co.uk/article/how-dickens-invented-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