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판막 치환술, 급여기준 완화해 환자 선택권 확대 필요"

인터뷰 / 배장환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보험이사(충북대병원 교수)

판막 딱딱해져 혈액 흐름 방해
인공판막 치환술로 일상 복귀

고령화로 환자 최근 4배 급증
수천만원 시술비 부담 완화 절실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에 대한 급여 기준과 실시기관 선정 기준을 완화해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배장환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보험이사(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사진)는 고령화 추세와 함께 급증하는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치료 접근성 확대 및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보험 기준 재설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TAVI 시술, 3일 후 일상 복귀 가능

대동맥판막협착증은 피가 온몸으로 흐르게 돕는 대동맥판막이 딱딱해져 원활한 혈액의 흐름을 방해해 발생한다. 심한 경우 급사에 이를 수도 있다. 주요 원인은 노화로, 국내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환자 수가 10년 새 4배 이상 급증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약물로는 근본적 치료가 불가능해 개흉을 통한 수술적 치료와 개흉 없이 대퇴동맥을 통해 인공판막을 위치시키는 TAVI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배 교수는 “TAVI 시술은 개발 초기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를 위한 대안으로 개발됐지만 수술과 동등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며 수술 중저위험군 환자에게도 표준치료법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TAVI 시술은 시술 소요시간은 2~3시간 내외, 입원기간도 3일 정도로 짧아 환자가 빠르게 일상에 복귀할 수 있다.

TAVI 시술 가능 여부는 전문의로 구성된 심장통합진료팀의 대면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6명의 전문의가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하고 불일치할 경우 책임자급 전문의로 구성된 2·3차 회의에서 재결정한다. 배 교수는 “바쁘게 돌아가는 종합병원에서 재논의를 거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술비만 3000만원…급여대상 넓혀야

환자가 최대 수천만원의 비용을 본인 부담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수술 대비 급여 기준이 까다로워서다. 시술 비용은 약 3000만원으로 80세 이상 또는 수술 불가능군, 고위험군에 대해서만 환자 부담 5%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술 중위험군은 전체 비용의 50%, 저위험군은 전체 비용의 80%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 금전적심리적 부담이 시술에 대한 치료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배 교수는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급여 대상을 확대하고 복잡한 급여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며 “국내 보험적용 대상도 해외 임상지침과 마찬가지로 75세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심장학회 임상지침은 75세 이상에게 TAVI를 수술적 치료보다 우선 권고한다. 미국은 65세 이상 환자에게 TAVI와 수술적 치료를 같은 수준으로 권고한다. TAVI 시술이 결정되면 미국유럽은 2019년부터, 일본호주는 2021년부터 수술위험도 차등 없이 공보험에서 치료비를 지원한다.

○엄격한 기준이 의료사각지대 부른다

국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TAVI 실시기관에 대해 연간 수술 횟수, 특정 자격을 갖춘 전문의 상근 등 다소 높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TAVI 시술을 시행하던 의료기관에서 흉부외과 의사가 다른 병원으로 전직하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시술을 중단하는 사례도 있었다. 배 교수는 “의료취약지역에서 TAVI 시술의 사각지대를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또 해외 임상지침에서는 환자와 보호자의 선택권이 보장되는 공유된 의사결정을 하도록 돼 있지만 국내 보험기준에서는 환자나 보호자의 선호도와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 환자들의 치료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 셈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서의 TAVI 치료효과 및 비용효과 연구가 끝나는 올해 5월 급여 대상 여부와 선별급여 환자 부담률 등의 조정 여부를 추가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배 교수는 “6개월이 지났지만 별도의 재평가 결과가 공유되지 않고 있다”며 “중증질환의 치료법인 TAVI의 보험기준 개정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배 교수는 생명에 직접 영향을 주는 대동맥판막협착증 특성상 중증 환자들이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미뤄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건강보험 재정상 TAVI 필수급여 적용이 어렵다면 70세 이상 고령환자나 수술 중위험군으로 필수급여를 확대해 환자부담률을 최대 50%로 낮추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