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 "환자생명 살리는 게 가장 큰 사회공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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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추락 등 외상환자 치료 전담대학병원 응급실은 하루하루가 전쟁터다. 의료진들은 다양한 증세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치료하며 초긴장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가 올 때는 그야말로 온 힘을 다해 사투(死鬪)를 벌여야 한다. 교통사고나 추락, 낙상 등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은 외상환자의 경우 촌각을 다툴 정도로 시급한 처치가 필요한 중증 환자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각종 사고로 목숨이 위태로운 외상환자를 살리는 거점 의료기관이 바로 권역외상센터다.
외상전담전문의, 300점 의료장비 비치
죽음 문턱에서 생명 구한 사례 잇따라
산정특례 적용으로 본인부담률 5%
○생명 살리는 의료진의 사투(死鬪)
지난 7월 19일 흉기에 가슴 부위를 찔린 한 20대 외국인 남성이 구급차에 실려 단국대병원 외상센터를 찾았다. 이 환자는 병원 도착 후 심장눌림증에 의한 심정지가 발생해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외상전담전문의는 환자를 즉시 외상소생실로 옮겨 소생개흉술을 시행했다. 이 환자는 의료진의 적절한 치료 덕분에 목숨을 건졌고, 이후 안정을 되찾은 뒤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지난해 5월에는 20대 남성 보행자가 1t 트럭에 깔리는 교통사고로 외상센터에 실려 왔다. 미리 연락받고 대기하던 외상전담전문의는 환자 도착 후 곧바로 대동맥 내 풍선 폐쇄 소생술(REBOA)을 진행했다. REBOA는 복부에 혈액이 고이는 혈복강이나 골반 골절 등으로 발생한 대량출혈을 줄이는 치료법이다. 이 환자는 이후에도 폐 손상으로 두 차례나 심정지가 발생했다. 의료진은 에크모(ECMO)를 이용한 체외순환 심폐소생술(E-CPR)을 시행했고, 환자는 죽음의 위기를 넘겼다. 이 환자는 이후 합병증 없이 병실에서 후속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세계ECMO학회(ELSO) 논문에 따르면 외상에 의한 심정지 환자에게 ECMO를 적용해 생존한 환자는 12명에 불과하다. 이 환자의 경우 REBOA와 ECMO를 이용한 E-CPR로 합병증 없이 퇴원한 극히 드문 사례로 국내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다.충남권역외상센터 관계자는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상황에서 일반 응급실이 아닌 외상센터에서 전문의료진의 신속한 판단과 치료가 없었다면 이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존율 높이는 충남권역외상센터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나 추락 등으로 생명이 위독하거나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다발성 골절·출혈을 동반한 중증외상환자를 중점적으로 치료한다. 응급수술과 시술이 가능하고, 중환자 치료에 특화된 의료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췄다. 충남 천안, 아산, 당진 등 충남권역에서 발생한 외상환자의 처치, 병원 간 이송, 재활 등 외상 전 분야에 걸쳐 최적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충남권역외상센터는 2012년 11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충청권 첫 권역외상센터 대상기관으로 선정됐다. 이후 2014년 11월부터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추고 국내에서 세 번째로 개소했다. 센터는 외상소생실, 외상진료구역, 외상 전용 중환자실 및 입원실, 수술실, 방사선 및 컴퓨터단층촬영(CT), 혈관조영실 등을 갖췄다.
19일 단국대병원에 따르면 센터 개소 후 매년 약 2400명이 외상센터를 찾는다. 손상중증도지수인 ISS(Injury Severity Score) 점수가 15점 이상이면 중증외상환자로 분류하는데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전체 외상환자(2378명)의 14.1%(354명)였던 중증외상환자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 27.0%(718명)를 기록했다.
○외상환자 생존율 높인 진료시스템
응급처치가 시급한 외상환자가 대학병원 응급실에 왔다고 즉시 치료를 받는 건 아니다.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응급실 담당 의사가 환자의 증세·병력(病歷)·나이와 중증도를 분류한 뒤 환자 상태에 따라 경증과 중증으로 나눈다. 1차로 문진·촉진(問診·觸診), 환자의 병력 정보, 혈압·혈액 등의 기본검사를 토대로 X선·CT·MRI 등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중증환자의 경우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물론 내과 및 심장혈관흉부외과·정형외과 등 의사들이 응급실로 달려와 진단 및 치료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충남권역중증외상센터는 일반응급실과 달리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며 환자 도착과 동시에 통합적인 진료를 시행한다. 따라서 외상환자 치료가 지연되는 일이 거의 없다. 센터를 방문하는 직후부터 전문의가 밀착해 환자를 진료한다. 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 여러 진료과가 모여 다학제 치료를 시행하기 때문에 촌각을 다투는 외상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가 가능하다. 전문의가 365일 24시간 진료하는 진료시스템을 갖춘 것도 큰 장점이다.
중증외상환자는 ‘중증질환자 산정특례’를 적용받아 진료비에서 본인부담률이 20%에서 5%로 낮아졌다. ISS가 15점 이상인 중증외상환자가 권역외상센터에 입원 후 진료받으면 최대 30일간 건강보험 진료비의 5%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장성욱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장은 “천안·아산·당진·서산 등 충남 서북권과 경기 평택·안성 등 경기 남부권의 외상환자들이 신속한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모든 의료진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