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이 외국계 항공사와 손잡은 이유…"싼커 데려오자"

신세계면세점, 홍콩 캐세이퍼시픽과 마케팅 업무협약
내년 2월붵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쇼핑 가능
중국 등 아시아 개별관광객 유치
사진=신세계면세점
내년 2월부터 신세계면세점에서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장기적으로는 마일리지로 쇼핑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 전환) 후 중국 여행객 주류가 과거 유커(단체여행객)에서 싼커(개별여행객)로 바뀌면서 신세계면세점이 중화권 개별관광객(FIT) 유치를 위해 외항사와 손을 잡고 나선 결과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협약이 브랜드 인지도 개선과 함께 연간 200억원 이상의 매출 발생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세계 10대 항공사인 캐세이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국내 면세업체가 외국계 항공사와 마케팅 협약을 맺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디에프가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캐세이와 ‘여행 라이프 스타일 생태계를 위한 전략적인 파트너십’ 행사를 열었다. 사진은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와 폴 스미튼 캐세이 아시아마일즈 최고경영자(CEO)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있는 모습.사진=신세계디에프
이번 협약으로 신세계면세점은 내년 2월부터 캐세이퍼시픽 마일리지 프로그램 '아시아 마일즈' 회원을 대상으로 제휴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한다. 캐세이퍼시픽 회원이 신세계면세점에서 구매할 경우 구매금액 1000원당 1아시아 마일즈가 적립되며, 30만원 이상 구매 시 250아시아마일즈가 추가 적립된다. 신세계면세점에서 적립한 아시아 마일즈는 항공권뿐 아니라 제휴 9만여 개 사용처에서도 쓸 수 있다. 또한 캐세이 온라인샵에서 신세계면세점 선불카드를 아시아 마일즈로 구매해 면세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양사는 장기적으로 아시아마일즈를 신세계면세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회복기로 접어든 한국 관광시장의 주류가 중국 단체관광객에서 FIT 위주로 바뀐 점에 주목해 캐세이퍼시픽과 제휴를 추진했다. 캐세이퍼시픽의 아시아마일즈 회원 1600만명 중 1000만명이 중국 등 아시아 지역 고객이란 설명이다.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는 "거리와 문화를 고려하면 미주, 유럽 등 지역 고객보다는 일차적으로 아시아권 고객을 교두보로 가져야 할 것"이라며 "일차적으로 중국·동남아·싱가포르 등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디에프가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캐세이와 ‘여행 라이프 스타일 생태계를 위한 전략적인 파트너십’ 행사를 열었다. 사진은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와 폴 스미튼 캐세이 아시아마일즈 최고경영자(CEO)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있는 모습.사진=신세계디에프
FIT 중심 한국 관광시장 패러다임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개별 관광객 선점’을 주요 경영 전략 중 하나로 선정하고, 이번 글로벌 파트너십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내한 외국인 중 개별 여행객 비중은 2019년 77.1%에서 올해 3분기 85%로 상승했다. 반면 단체여행객 비중은 2019년 15.1%에서 올해 9.2%로 떨어졌다.신세계면세점은 이번 협약을 통해 내년 자사 이용 개별여행객 수를 올해보다 30%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홍콩을 거점으로 다양한 국적을 가진 캐세이 회원을 고객으로 만든다는 포부다. 이를 바탕으로 연간 1600만달러(약 209억원) 이상의 매출 발생 효과 부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캐세이퍼시픽은 아시아 마일즈를 바탕으로 쇼핑, 다이닝, 웰니스 등 항공사와 상호보완적인 카테고리로 구성된 프리미엄 여행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다. 이에 양사가 '비즈니스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결한다'는 동일한 비전을 갖고 손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유신열 대표는 "고객 비즈니스 본질과 성공 요인은 결국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데 있다"며 "신세계면세점이 꾸준히 생태계 확장과 고객 저변 확대를 추진했고 그의 일환으로 캐세이와 협약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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