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전화 속아 '우크라 지원' 실토한 러 작가…테러리스트로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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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밤은 갈수록 더 어두워질 것"친정부 유튜버의 장난 전화에 속아 우크라이나 지원 사실을 실토한 러시아의 인기 작가가 러시아 당국의 테러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18일(현지시간) AP와 dpa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테러를 정당화하고 러시아군 관련 허위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작가 보리스 아쿠닌(67)에 대한 궐석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같은 날 러시아 금융감독청(로스핀모니토링)은 아쿠닌을 '극단주의자 및 테러리스트' 명단에 추가했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는 러시아군의 평판을 훼손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 군에 대한 허위정보를 유포할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게 한 법이 제정됐다.
본명인 그리고리 치카르티쉬빌리 대신 필명인 보리스 아쿠닌으로 알려진 이 유명 추리소설 작가는 1956년 당시 옛 소련의 일부였던 조지아에서 태어난 반체제 인사다.아쿠닌은 이달 초 '보반'과 '렉서스'로 알려진 친정부 유튜버가 우크라이나 인사로 신분을 속이고 걸어온 전화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부금을 모은 사실을 털어놨다.
해당 통화 내용이 공개되자 지난주 러시아 출판사 AST는 아쿠닌이 쓴 책의 판매를 중단했다.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는 아쿠닌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출판 금지와 작가에 대한 테러리스트 지정 등 어쩌면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이 사건은 사실은 중요한 이정표"라며 "러시아에서는 옛소련 시절 이후 출판 금지가 없었고 스탈린 이후 작가들에 대한 테러 혐의 기소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에 있다면 조심하고 길을 잃지 말라. 만약 외국에 있다면 돌아오지 말라"면서 "밤은 갈수록 더 어두워질 것이다. 그러나 결국 새벽은 온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