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 피그마 인수 포기…美·EU·英 규제에 발목

위약금 10억달러 달해
‘포토샵’을 개발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가 클라우드 기반 디자인 플랫폼 기업 피그마를 200억달러(약 26조원)에 인수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두 회사의 결합이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유럽연합(EU)과 영국 규제당국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어도비는 18일(현지시간) 피그마 인수합병(M&A)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회사는 EU 집행위원회와 영국 경쟁시장청(CMA)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어도비는 지난해 9월 피그마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피그마가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의 디자인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인터넷 화면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고, 자동저장 기능이 있어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어도비의 주력인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와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CMA는 1년이 넘는 조사 끝에 지난달 말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영국의 디지털 디자인 분야에서 경쟁이 저해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8월에는 EU 집행위원회가 예비조사 결과 양사의 합병이 웹 기반 디자인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심층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나섰다. 미국 법무부 또한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반독점 소송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도비는 피그마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계약 해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인수 무산 자체가 어도비에 큰 악재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피그마 인수 예정가격이 비싸다는 평가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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