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당정, 구로역~인천 '열차소음' 사라진다

특별법 국토위 소위 통과

도심 가로지르는 철도 부지에
상업시설·주택·오피스 개발
경원선 청량리~도봉산 구간과
부산·대구·대전 시내도 대상

2026년께 기본계획 수립될 듯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9일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도심의 지상철도를 지하화하고 부지를 통합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철도 지하화 특별법’을 의결했다. 경부선 지상철도 구간이 지나는 서울 용산역 일대. /최혁 기자
경부선 서울역~당정역 구간과 경인선 인천역~구로역 구간 등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도가 지하에 설치되고, 그 부지에 상업시설 주택 오피스 등을 갖춘 복합빌딩이 들어설 전망이다. 철도 지하화 작업은 지상 철도로 인해 단절된 도시를 연결하고, 철도 상부를 포함해 슬럼화된 주변 부지까지 종합 개발한다는 정부의 구상을 구체화하는 첫 행보다. 업계에서는 도심을 고밀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철도 지하화 예상 지역 인근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철도 지하화 밑그림은 연구용역을 거쳐 이르면 2026년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부선·경인선·경원선 등 수혜 예상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9일 교통법안소위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철도 지하화 특별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지상철도 지하화 추진 방안’을 바탕으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4일 발의한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안’이 근간이 됐다.

특별법에 따르면 정부는 국유 재산인 지상 철도 부지를 사업시행자에 현물 출자하고, 사업시행자는 이 땅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해 지하에 철도를 신규 건설한다. 이렇게 새로 생긴 지상의 토지를 민간에 팔거나 민간과 함께 철도 부지 및 인접 지역을 고밀도로 복합 개발한다. 주택 상업시설 오피스 등을 분양해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철도 지하화와 복합빌딩 건설 등 전체 비용을 충당하는 구조다.

사업시행자는 국유 재산을 출자받아야 하는 만큼 공공기관으로 한정한다. 현재로서는 개발 경험이 풍부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지방자치단체는 이 과정에서 일부 재원을 보조하거나 융자 형태로 지원할 수 있다. 통합 개발과 관련한 종합계획은 국토부가 수립하되 구체적인 기본계획은 해당 지역의 광역지자체장이 마련하도록 했다. 특별법은 공포 1년 후부터 시행된다.

특별법 시행으로 개발이 예상되는 구간은 수도권에선 경부선 서울역~당정역을 비롯해 경인선 구로역~인천역, 경원선 청량리역~도봉산역 등이다. 단계적 지하화 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산(화명역~가야차량기지), 대구(경부선), 대전(경부·호남선) 등 지방 구도심도 사업 대상으로 거론된다. 앞서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는 수도권 교통 공약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지상 철도 지하화에 총 23조855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15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

국토부는 내년 초 철도 지하화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어느 노선의 어떤 구간을 지하화할지를 담은 종합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서울시나 인천시 등 광역지자체장이 구체적인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기본계획은 연구용역 등을 거쳐 이르면 2026년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지자체가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세워 사업시행자를 지정한 뒤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철도 지하화 계획은 최소 15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통상 신규 철도 노선을 놓을 때 전체 절차가 7~10년 걸린다. 지하화 공사를 하는 동안에도 지상 철도를 계속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지하화 공사가 완료된 뒤 지하에서 열차를 안전하게 운행하는 작업이 쉽지 않아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상부 부지 조성, 지구단위계획 수립, 설계, 시공까지 걸리는 절차와 시간을 감안하면 철도 상부에 복합빌딩이 세워지는 데까지 최소 15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심 철도 부지를 고밀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향후 서울역이나 용산역 인근 도심 지역이 일본 도쿄역 주변처럼 고밀도로 개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기열/김소현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