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2024년 세계 정치 지각변동과 우리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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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대만 등 세계 인구 절반이2024년은 대만 인도 미국 등 세계 인구 반 이상이 지도자를 뽑는 선거의 해다.
새로운 지도자 뽑는 선거의 해
모디 3選 '청신호' 인도 올라타고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도 대비를
정부·기업 함께 움직여야 할 때
안세영 서강대 명예교수
우선 바짝 다가온 대만의 총통 선거가 있다. 차이잉원 총통을 이은 민진당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베이징으로선 달갑지 않은 패(!)다. 그래서 대만해협에서 무력시위를 하는 등 나름대로 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 그런데 선거판이 묘하게 꼬이고 있다. 친중 성향의 야당들이 각개약진하는 것이다. 이들이 단일화하면 정권 교체가 가능해 베이징으로선 구태여 ‘대만 무력 침공’ 운운할 필요가 없다.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민진당이 승리하면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베이징의 지도자는 ‘2027년까지 전쟁 준비를 완료하라’고 이미 공언했다. 이에 위협을 느낀 미국 의회도 2024년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키면서 가정이지만 ‘2030년 미·중 전쟁이 발생할 때의 파장에 대해 분석하라’고 하며 국방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음은 내년 봄에 있을 인도 총선이다. 글로벌 자본은 ‘만약 나렌드라 모디가 연임을 못 해 개방정책이 후진하면 인도 주가가 20% 이상 급락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다행히 이달 초 치러진 4개 주 지방선거에서 야당 텃밭인 3개 주에서 모디의 집권 여당이 압승했다. 모디 수상 3선과 인도의 번영에 푸른 등이 켜졌다.
역시 초미의 관심사는 내년 11월 미국 대선이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선두에 올라섰다. 트럼프 재선 공약인 ‘아젠다 47’을 보면 친환경 정책,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파기하고, 인플레 감축법도 대폭 손보겠다고 으르렁거리고 있다.트럼프는 한다면 하는 정치인이다. 2017년 백악관에 들어가자마자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게 공들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휴지통에 던져 버렸다. 또한 집권 1기보다 더 치밀하고 강도 높은 ‘차이나 후려치기(China Bashing)’를 할 것이다. 일부 품목에서 중국의 세율이 미국보다 300% 이상 높다며 상호주의에 입각한 보복관세로 중국산 제품에 융단폭격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물론 중국의 애국적 소비주의, 자국 기업 우선주의도 보복 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도마에 오를 게 ‘주한미군 철수’ 문제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철수에 대한 우려는 현실적이지 않다. 정치인 출신인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달리 트럼프는 협상의 달인이라고 자칭하는 기업인 출신이다. 그에게 주한미군은 지난번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였을 가능성이 짙다.
게다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중 전쟁 가능성이 미 의회에서 거론되고 있는데 전략적 가치가 큰 주한미군을 손대기는 힘들다. 전 세계 미군기지 가운데 베이징에 가장 가까운 곳이 평택 험프리스 기지다. 중국 견제에서 이 기지의 전략적 가치는 미 태평양 항모전단의 절반을 서해안에 가져다 놓은 것에 버금간다.내년 전개될 이 같은 세계 정치의 지각변동에 대해 우리는 지금부터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우선 대만 해협의 갈등은 미국과 동맹국인 우리 안보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벌써 유사시 주한 미공군의 대만 투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한 군사·외교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 기업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중국 시장에서 떠오르는 인도 시장으로 발길을 돌려 7%대 고속 성장할 인도 코끼리에 올라타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 대선에선 공화·민주 양당에 이중보험(!)을 들어야 한다. 우리가 움직인다고 트럼프 후보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그를 움직이는 싱크탱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정부 혼자 힘만으로는 안 된다. 미국에 투자한 굵직한 우리 기업들과 함께 손을 잡고 움직여야 한다.
특히 트럼프의 가장 큰 선거 이슈는 ‘아메리칸 잡(American Job)’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나라가 ‘코리아’다. K투자가 무려 3만5000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 같은 K산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민·관이 협력해 잘 대응하면 2024년은 우리에게 희망과 번영을 주는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