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에 달라고 한 적 없는데…" 카페 찾았다가 '혼란'

매장마다 다른 방침에 소비자 불편 느껴
커피 브랜드 관계자
"점주에게 환경보호정책 강요하기 어렵다"
카페 매장에서 음료를 마실 때 종이컵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특정 브랜드와 무관한 사진입니다.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매장에 최소 2시간은 머물 생각이었는데 묻지도 않고 바로 종이컵에 담아주시더라고요."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A씨는 최근 동네 소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방문했다가 매장에서도 종이컵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설거지 등 운영 편의를 위해 구분 없이 모든 손님에게 종이컵을 주더라"고 말했다.이어 "매장에서 머그컵을 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며 "매장에 오래 머물 땐 머그컵이 좋다. 보온이 더 잘되는 데다 종이컵의 경우 표면이 젖으면서 음료에서 종이의 맛이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7일 환경부가 식품접객업 매장 내 종이컵 사용 제한 규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이로써 카페 이용자는 매장에서 음료를 마실 때 종이컵을 쓸 수 있게 됐다. 당초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 기조에 따라 매장에서 일회용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계도기간을 운영해왔다. 설거지 등 소상공인 운영 부담을 덜기 위해 기존 방침을 버리고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강제성이 없어지면서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제각기 다른 방침을 수립하고 있다. 이달 20일 오후 서울역 인근 6개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를 방문했더니 기존 환경보호 정책대로 매장에서 다회용컵만 이용하는 브랜드는 2곳, 종이컵과 다회용컵을 혼용하는 곳 2곳, 일회용컵만 사용하는 곳은 2곳이었다. 종이컵과 다회용컵을 혼용하는 매장의 경우 주문 시 종이컵을 요청하는 매장 고객에 한해 '플라스틱 뚜껑(리드)을 제외한 종이컵'을 제공하고 있었다.
한 카페 매장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컵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기존 원칙대로라면 매장에서 손님이 차가운 음료를 시켰을 때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아닌 다회용컵에 담아주거나 차가운 음료도 종이컵에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이용하는 고객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직장인 B씨는 "이 일대에선 이미 많은 매장이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컵 구분없이 매장 내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다"며 "편하긴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매장에선 머그컵을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C씨는 "이동할 것도 아닌데 카페 매장 내에서 종이컵을 사용하는 건 자원 낭비 같다"며 "(규제로) 종이컵을 못 쓰게 되니 텀블러를 어쩔 수 없이 갖고 다니게 됐는데 이젠 적응돼서 텀블러가 더 편하다. 종이컵 사용이 쉬워지면 텀블러 보급은 더뎌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매장에서도 정부 방침이 달라지면서 업무에 혼선을 빚고 있다. 다회용컵만 쓰고 있는 한 매장의 직원은 "최근엔 '5분만 앉아 있다가갈 건데 종이컵에 달라. 다른 카페는 되더라'라며 종이컵을 요구하는 손님이 많아졌다"며 "본사 방침대로 운영해야 하는 만큼 직원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에 일회용컵이 쌓여 있는 모습. 보도 내용과 무관한 매장입니다.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한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본사 관계자는 "정부 발표 이후에도 환경보호 차원으로 매장 내 다회용컵 사용을 권유하고 있지만 개별 가맹점주에게 '다회용컵으로 매장을 운영하라'고 강요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매장 내 종이컵 사용 여부는 가맹점주 선택에 맡겼다"고 설명했다.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일회용품 규제 철회에 대해 매장 내 모든 일회용품 사용이 허용됐다고 오해한다"며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매장에서 이용할 수 없고, 종이컵만 허용된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이컵 위에 장착하는 플라스틱 리드에 대해선 정부 차원에서 따로 규제를 발표한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방향성은 변함없다"며 "매장 내 다회용품 사용과 관련한 자발적 협약 기업을 늘리고 있고, 소형 카페엔 식기세척기를 지원하는 등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