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간편하게"…앱 편의성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엔지니어들

업계 최초 원터치 결제 도입
50·60대 "다른 앱은 못 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쿠팡이 ‘유통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분야가 모바일 앱의 사용자 편의성 강화다. ‘컴맹’을 자처하는 고령층도 결제를 최대한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네이버에 찾아보지 않아도 쇼핑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제1의 목표로 삼았다. 앱을 오프라인 매장의 보완재 정도로 여긴 롯데쇼핑, 이마트 등 유통 대기업과의 차별화 지점이다.

쿠팡은 정보기술(IT) 회사로 출발했다. 6만여 명의 임직원 중 물류·배송 근로자를 뺀 ‘화이트칼라’는 약 1만 명이다. 이 가운데 IT 엔지니어 비중은 대략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IT 전문가들은 상품을 앱에 등록할 대상으로 간주한다. 오프라인 유통회사의 상품 기획자(MD)들이 수백만 종류의 품목 중 매대에 진열할 상품을 엄선하는 것과는 접근법이 다르다.

대신 소비자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창업 초창기부터 리뷰 데이터를 계속 축적했다. 네이버에서 한때 왜곡된 리뷰가 성행한 것을 기회로 삼았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상품을 실제로 구매한 이들의 솔직한 리뷰를 잘 보이게 해 쇼핑 정보 검색자를 네이버에서 쿠팡으로 끌어들였다”고 말했다.쿠팡 앱에선 검색창을 누르기만 해도 최근 검색어와 이와 연동한 추천 검색어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예전에 삽을 검색한 소비자는 검색창에서 모종삽, 호미, 낫 등 관심사를 확장한 키워드를 한눈에 보고 선택할 수 있다. 당일 배송(로켓 와우), 내일 배송(로켓 배송)이 가능한 상품을 판매가격 순으로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쿠팡 이용자 박모씨(62)는 “쿠팡 유료 회원인 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배송비가 무제한 무료지만, 다른 쇼핑 앱은 같은 상품도 배송비와 배송 기간 등 조건이 천차만별이어서 선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사용자 편의를 위해 2018년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원터치 결제 시스템도 구축했다. 결제 시 카드 번호나 비밀번호, 지문 인식 등이 필요 없는 방식이다. ‘상품 선택→구매하기→바로 구매하기’ 등 세 단계만 거치면 주문이 가능하다.

수백만 개에 달하는 로켓 배송 가능 상품 수도 쿠팡의 경쟁력을 높인 비결로 꼽힌다. 직매입 상품이 아닌 오픈마켓 셀러(판매자)의 판매 상품도 다음날 배송해 주는 ‘로켓 그로스’ 서비스를 지난 3월 선보여 내일 배송 상품 수가 대폭 늘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