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합군 홍해 등장에도 해운업계 불안…350억달러 규모 화물 영향

AP몰러-머스크 "희망봉 우회" 발표
최소 100만달러 비용 더 들어
예멘 후티 반군 미사일·드론 비축
"호위함에 의존하기엔 물동량 너무 많아"
알레이버크급 유도탄 구축함 USS 카니호가 지난 10월 18일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모습. 사진=미 해군
세계 2위 해운사인 AP몰러-머스크가 미국의 연합군 함대 조직 소식에도 홍해 운항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공격을 지속할 것이란 의지를 보이면서 해운업체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19일(현지시간) 세계적인 해운사 AP몰러-머스크는 "홍해 지역에서 선박에 대한 공격은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선원들의 안전과 보안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보안상 이유로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한다"고 밝혔다.AP몰러-머스크는 미국 국방부가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위협에 대항해 미 해군 5함대를 주축으로 다국적군이 참여한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개시한다고 밝힌 지 몇시간 후에 이를 발표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P몰러-머스크의 대응은 홍해 지역에서 지정학적, 물리적 난관이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해운사, 석유회사, 보험사 등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무역로 중 하나인 수에즈 운하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에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피해도 불가피하다. 홍해를 통과하지 않고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시간이 더 걸리고 연료 소모량도 늘기 때문이다. 희망봉 항로를 택하면 7~10일이 더 소요되고 최소 100만달러의 비용이 추가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퀴네앤드나겔의 파올로 몬트로네 수석 부사장은 "현재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대신 아프리카 일대를 우회하는 컨테이너 선박은 57척에 달한다"며 "물동량으로 계산하면 7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수준"이라고 말했다.

MDS 트랜스모달에 따르면 이곳을 지나는 20피트 컨테이너의 평균 가치는 5만달러다. 현재 홍해 운항을 중단한 컨테이너의 총액이 350억달러(약 45조7500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업들의 불안감이 여전한 건 후티 반군이 미사일과 드론을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합군 함대가 실제 이 공격을 모두 막아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과거 아프리카 기니만 일대에서 발생하는 해적의 공격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도전이란 평가다.미 해군 대령 출신인 진 모란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미 해군이 이 지역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호위했던 시절과 달리 현재는 호위함에만 의존하기에는 선박 교통량이 너무 많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지난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홍해에서 최소 15여척의 선박을 공격하거나 위협한 것으로 전해진다.

후티 고위 관리인 무함마드 알리 알후티는 이날 이란 알알람TV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대항하는 나라의 선박은 홍해에서 우리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