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보다 형제애···더 화려해지고 단단해진 '아쿠아맨'
입력
수정
영화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리뷰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 만화 출판사 DC코믹스 원작의 ‘영웅 영화’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흥행한 작품은 무엇일까? 인지도가 높은 배트맨이나 슈퍼맨 시리즈 중 한 편을 떠올리기 쉽겠지만, 정답은 2018년 12월에 개봉해 11억 5000만 달러의 글로벌 흥행 수입을 올린 ‘아쿠아맨’이다.
5년만에 나온 DC 최고 흥행작 속편
전편보다 스케일 커지고 세련돼져
20일 개봉한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딱 5년 만에 선보이는 ‘아쿠아맨’의 속편이다. 전편의 최종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전, 아쿠아맨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본인도 목숨을 잃을 뻔했으나, 극적으로 구조된 해적 블랙 만타가 복수 의지를 다지는 장면이 나온다. 후속작의 주요 내용을 살짝 알려주면서 영화가 시리즈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법이다. 전편의 화제성이나 흥행 성적 등을 감안했을 때 ‘아쿠아맨 2’에 해당하는 속편이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다소 늦게 나온 감이 있다.“모든 장면이 만화책(코믹스)에서 그대로 나온 듯 보여지길 바랐다. 전편보다 크고 화려하고 훨씬 다채로운 세계를 완성했다.”
‘아쿠아맨’과 이번 후속작을 연출한 제임스 완의 이야기다. 감독의 말처럼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전편에서 관객들에게 호응을 받은 점들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 보여준다. 온몸을 던지는 아쿠아맨의 격렬한 액션과 다채롭게 표현되는 시각 효과, 장엄한 수중 전투 장면 등이 그렇다. 무엇보다 스케일이 커졌다. 정글과 사막, 남극, 심해 등을 오가며 다양하면서도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다.
전편처럼 코믹스 원작에 충실한 편이다. 전편에선 촌스럽고 유치하게도 느껴질 수도 있는 코믹스의 복고풍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다. 속편에도 만화적인 SF(과학소설) 감성이 두드러진 액션 장면이 여전히 많고 초반부터 나오지만, 훨씬 세련되고 역동적으로 연출됐다. 전편을 봤다면 어색함 없이 바로 몰입할 수 있겠다.제이슨 모모아(아서 커리·아쿠아맨), 패트릭 윌슨(옴), 야히아 압둘마틴 2세(블랙 만타), 앰버 허드(메라), 니콜 키드먼(아틀라나), 돌프 룬드그렌(네레우스 왕) 등 전편의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그대로 나온다. 전편에선 아쿠아맨이 네레우스 왕의 딸인 메라의 도움으로 육지 세계를 섬멸하려는 이부(異父)동생 옴을 물리치고 수중 왕국 아틀란티스의 왕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이번 후속작에선 아쿠아맨이 옴과 협력해 지구를 뒤흔들 강력한 힘을 얻은 블랙 만타를 제압하고, 예전에 사라진 악한 왕국의 부활을 막는 여정을 펼쳐낸다.
전편에선 역경을 함께 극복하며 사랑도 키우는 아쿠아맨과 메라의 로맨스가 플롯의 핵심을 차지했다면 속편에선 티격태격하면서도 형제애를 키워나가는 아쿠아맨과 옴의 관계가 중심을 이룬다. 따라서 전편보다 메라의 역할이 줄어든 반면 옴과 블랙 만타의 비중이 커졌다.전편을 재미있게 봤다면 즐길 만한 요소가 훨씬 풍부해졌다. 원작의 만화적인 상상력이 보다 그럴싸하고 극적으로 구현된다. 다만 전체적으로 낙관적인 요소가 강하다 보니 서사의 긴장감은 다소 떨어진다. 블랙 만타가 ‘로스트 킹덤’을 다스리는 왕의 봉인을 풀기 위해 아쿠아맨과 메라의 어린 아들을 납치하거나 옴이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해도 별로 걱정이 안 된다. 영화 속 세계에서 언제나 그랬듯이 아쿠아맨이 적시에 나타나 잘 해결할테니.
송태형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