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연대 토론회 "산재추정의 원칙, 특정 근로자들에만 유리"

사진=일자리연대
근골격계 질환의 업무상 질병을 인정할 때 적용되는 ‘추정의 원칙’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신속한 급여 지급을 위해 지난 2017년 도입된 '추정의 원칙'이 법적 근거가 미비한데다, 인과관계가 불확실한 질병에 대해 적용되는 등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일자리연대(상임대표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장관)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목련실에서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모럴해저드 문제는 없는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이날 행사에서 김수근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과 추정의 원칙’이란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2017년 9월 도입된 산재 추정의 원칙은 작업 기간과 위험 요소 노출량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반증이 없는 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김 교수는 “추정의 원칙은 산재보상 청구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업무상 질병의 인과관계 성립에 필수적인 ‘일반적 인과관계’에 관한 과학적 증거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질병으로 고통받은 근로자들에게 골고루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산재 신청이 많고 승인율이 높은 업종과 직종에 주로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추정의 원칙이 가장 광범위하게 도입된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조선, 완성차, 타이어 산업 등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산재 신청 건수와 승인율이 높은 업종에 대해서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으며, 추정의 원칙이 담고 있는 '근로복지의 원리'는 외면한다는 평가다.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면서 2021년 업무상 질병자 수는 질병 신청자 2만 8796명의 70%에 달하는 2만435명에 달한다. 전년도 1만5996명에 비해 27.7% 증가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양호 울산대 작업환경의학과 교수는 “ 근골격계 질환은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기 가장 까다로운데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려면 (위험에) 노출 수준을 종사한 직종과 종사 기간으로부터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어야 하고 △질병 진단이 명확해야 하며 △노출수준과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작업 관련성 근골격계질환은 이런 조건을 못 갖췄다”고 지적했다.또 다른 토론자인 원종욱 연세대 의대 교수는 “추정의 원칙을 도입하고 역학조사를 생략해 판정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는 바람에 업무상 질병에 대한 조사와 판정이 부실해졌고 업무상질병 인정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