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장기기증 소식에 마음 먹어"…타투까지 새긴 사람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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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서약' 작성률 1위 20·30올해 들어 약 15만명이 장기기증을 약속하는 등 장기기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연령층을 중심으로 본인의 기증 의사를 인증하기 위해 '장기기증 타투'를 하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다.
기증 희망 문구 넣은 타투도 인기
지난 17일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은 올해 1월부터 지난 12일까지 장기 등 기증 희망 등록자 수가 14만800명으로 전년 동기(12만8000명) 대비 16% 늘어났다고 밝혔다.특히 최근 2년 반 동안 '장기기증 서약'을 가장 많이 작성한 연령층은 MZ(밀레니얼+Z)세대로 확인됐다. 지난 9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낸 자료를 보면, 2021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한 사람은 총 19만8369명으로, 20대가 28%(5만5943명)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15%(2만9615명) 그 뒤를 이었다. 기증 희망 등록자 10명 중 4명 이상이 20~30대인 셈이다.장기기증이란 정상 장기를 다른 환자의 소생을 위해 기증하는 행위를 말한다. 어떠한 치료로도 소생할 수 없는 말기 질환 환자의 경우, 장기를 정상 장기로 대체하면 소생할 수 있다. 뇌의 모든 기능이 완전히 정지해 회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에 빠진 뇌사자 장기기증과, 살아있는 사람이 장기를 기증하는 생체 장기기증이 있다.
뇌사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하는 경우 심장·신장·간·이자(췌장)·폐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각막·피부·조직·뼈의 기증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사후에 기증이 가능한 것에는 시신·조직·각막 등이 있고, 생존 시에도 골수·신장·간·혈액 등을 기증할 수 있다. 장기, 인체조직, 조혈모세포 등의 기증을 원하면 온라인이나 우편, 팩스로 등록이 가능하다. 보건소, 의료기관 등 장기이식 등록기관을 직접 방문해 신청서를 작성할 수도 있다.온라인상에는 '장기기증 서약'을 작성한 이들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3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생을 마감할 때 남에게 도움 되고 가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있어 신청했다"며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또 다른 20대 시민은 "어린 학생부터 누군가의 아내, 남편 등 갑자기 뇌사 상태에 빠진 이들의 선행을 따르고 싶었다"고 했다.자신이 장기기증 희망자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타투(문신) 등을 새기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장기기증 타투 인증 게시물은 2096건에 달했다. 한 타투업계 종사자는 "장기기증 타투는 보통 장기기증 희망 서약을 한 뒤 타투에 본인의 혈액형을 새기기 위해 진행한다"며 "(타투는 비의료인의 시술이 불법에 해당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많겠으나, 젊은 층들은 관심을 많이 가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앞서 2018년 7월에는 세종소방서에 근무 중인 한 소방관이 왼쪽 가슴 위에 장기기증 희망 타투를 새긴 모습을 공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소방관의 왼쪽 가슴 위에는 심전도 곡선 위아래로 각각 '대한민국 소방관(Korea Fire Fighter)'이라는 문구와 함께, '나는 장기/조직 기증을 희망합니다'라는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2021년 7월에는 인기 걸그룹 (여자) 아이들의 소연이 장기기증 희망 타투를 새겨 젊은 팬층의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다. 소연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기기증 타투를 인증하는 사진을 올리고, "내가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몇 개나 있을까 싶었다"며 "내가 남을 도와줄 일이 많지도 않고 남이 내게 도움을 청할 일이 많지도 않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장기 기증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좁혀지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기증은 삶의 끝에서 누군가는 살리는 일로 본인 포함 주변의 누구든 할 수 있는 숭고한 일"이라며 "젊은 연예인들이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거나 타투를 한 게시물을 인증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20대처럼 비교적 어린 사람도 장기 기증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