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 철수' 빈자리는 누가?…일단 아프리카 '승'

트위치 철수 선언 후…아프리카TV 27%↑ ·네이버 3.5%↑
19일 치지직 베타 테스트 시작…침착맨 등 시험 방송

"트위치 이용자 대부분 치지직으로 유입될 것…여캠은 아프리카TV"
"플랫폼 퀄리티, 이미지 중요해"
지난 19일 인터넷 방송인 침착맨은 네이버의 인터넷방송 플랫폼 치지직에서 시험 방송을 진행했다./사진=치지직 캡처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에서 트위치의 빈자리를 놓고 네이버와 아프리카TV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양쪽 모두 당근책을 제시하며 인플루언서와 시청자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가운데 주식 투자자들은 먼저 아프리카TV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트위치가 국내 시장 철수를 선언한 지난 6일부터 현재까지 아프리카TV의 주가는 26.95% 급등했다. 7000억원대였던 아프리카TV의 시가총액은 9368억원으로 불어났다. 기관 투자자는 아프리카TV를 43억원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 올렸다. 외국인은 아프리카TV를 39억원어치 순매도했다.같은 기간 네이버는 3.52% 오르는 데 그쳤다. 919억원 상당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다만 네이버와 아프리카TV의 체급 차이 때문에 수익률이 벌어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35조8111억원에 달한다.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트위치는 내년 2월 27일부터 한국 사업을 접는다. 철수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트위치가 밝힌 이유는 한국의 망 사용료 부담 때문이다.

트위치에 밀려 2위에 머물렀던 아프리카TV는 업계 선두 주자로 올라설 채비를 하고 있다. 아프리카TV는 트위치와의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트위치 웰컴'을 진행하고 있다. 로그인 연동, 구독자 및 팔로잉 정보 연결 등을 지원해 스트리머와 이용자들이 아프리카TV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트위치에 철수 발표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절묘한 시기에 네이버는 지난 19일부터 치지직의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침착맨, 릴카 등 유명 스트리머(인터넷 방송인)도 치지직을 통해 방송을 진행했다. 침착맨의 채널엔 시청자 1만5000명이 몰리는 등 치지직은 첫날부터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일부 시청자는 치지직 내 재화인 '치즈'로 스트리머를 후원하기도 했다. 치즈는 아프리카TV의 별풍선과 같은 기능을 한다. 치즈를 후원하면 TTS(Text to Speech) 기능을 통해 원하는 말을 스트리머에게 음성으로 전달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1월 월간활성이용자(MAU) 기준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점유율은 트위치 52%, 아프리카TV 45%였다. 치지직은 이 빈틈을 파고들었다. 치지직은 트위치 스트리머들의 게임 대회인 '자본주의가 낳은 대회(자낳대)'를 후원하며 트위치 이용자와 스트리머를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결국 관건은 '성과'다. 트위치 이용자와 스트리머를 자사의 플랫폼으로 얼마나 유치하는지가 핵심이다. 업계에선 게임 스트리머는 치지직으로 '여캠'(소통을 주요 콘텐츠로 하는 여성 방송인)은 아프리카TV로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여캠 특성상 규제, 제한이 적은 방송을 지향하는 아프리카TV가 유리하단 분석에서다.

이준규 부국증권 연구원은 "트위치에서 게임, 스포츠 방송을 보던 이용자 대부분은 치지직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연령 제한 방송, 여캠 방송 등은 아프리카TV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고, 아프리카TV는 트위치 전체 이용자 중 10~20%를 흡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올투자증권도 대부분의 트위치 이용자는 치지직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여캠은 실적 기여도가 높아 일부만 유입돼도 아프리카TV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봤다. 이 증권사 김하정 연구원은 "아프리카TV 기부경제선물(별풍선 등)에서 여캠 카테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로 추정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국내 트위치 여캠 스트리머 232명 중 절반만 아프리카TV에 안착해도 기부경제선물 매출은 지금에 비해 12.5%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치지직과 시장을 양분해 추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아프리카TV의 밸류에이션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연구원은 치지직이 이용자와 스트리머를 성공적으로 확보한다면 치지직의 사업 가치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아프리카TV의 시가총액(9368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그는 "트위치 주요 스트리머들은 이미 네이버 카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치치직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네이버 주가는 부진하지만 치지직이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일 오후, 게임 스트리머들이 치지직에서 시험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치지직 캡처
BJ가 부담할 수수료는 변수다. 현재 아프리카TV BJ들은 시청자들이 자신에게 후원한 별풍선에서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받아 간다. 수수료율은 등급 별로 다르다. 일반 BJ는 40%, 베스트 BJ는 30%, 파트너 BJ는 20%의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별풍선으로 1만원을 벌었을 때, 파트너 BJ는 8000원을 가져가고, 일반 BJ는 6000원만 가져갈 수 있다.

아프리카TV 측은 트위치에서 400시간 이상 방송한 스트리머는 아프리카TV에서 100시간만 방송해도 베스트 BJ로 신청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치지직이 아프리카TV보다 수수료율을 낮게 책정하면 트위치 스트리머는 물론 현재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방송인도 치지직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 측은 치즈 환전 수수료율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플랫폼의 대중적인 이미지, 기능이 스트리머의 향방을 가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에 따르면 이 회사에 소속된 크리에이터 중 절반은 트위치를 대체할 플랫폼으로 치지직을 고려하고 있다. 아프리카TV를 염두에 둔 크리에이터는 전체의 20%에 불과했다. 오히려 트위치 대신 유튜브를 이용할 것이란 인플루언서는 30%로 아프리카TV를 웃돌았다. 샌드박스네트워크엔 침착맨, 풍월량 등 인기 스트리머들이 소속돼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관계자는 "인터넷 방송인들은 방송 퀄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트위치와 닮았고, 고화질로 방송할 수 있는 치지직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화질은 당초 트위치가 아프리카TV보다 호평받았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다만 트위치는 작년 9월부터 망 사용료 부담을 이유로 최대 영상 화질을 720p로 제한했다. 반면 치지직은 웹, 애플리케이션 접속만 하면 풀HD급 화질(1080p)의 영상을 볼 수 있다. 아프리카TV에서 풀HD급 화질로 시청하려면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이어 "플랫폼이 대중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도 중요한 요소"라고 짚었다. 아프리카TV는 일부 BJ(인터넷 방송 진행자)의 욕설, 음주 등 일탈 행위로 여러 논란을 낳았다. 별풍선'도 사행성 조장 등 구설에 휘말린 바 있다. 일련의 사건·사고를 겪으며 아프리카TV에 부정적 이미지가 꾸준히 쌓여왔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한편 아프리카TV는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플랫폼 이름을 '숲(SOOP)'으로 변경하는 리브랜딩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플랫폼 내에서 사용하는 별풍선이나 BJ와 같은 명칭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