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조기 금리 인하가 좋은 소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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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매의 발톱을 감추고 비둘기로 변신한 연준"

미국 연준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5.25%~5.50%)를 동결했다. 기준금리는 동결하되 매파적인 메시지로 일관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점도표를 하향 조정하면서 내년에 75bp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친절한 메시지를 던져줬다. 11월 FOMC까지만 하더라도 매서운 발톱을 감추지 않았던 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순한 비둘기가 된 모습이다. 순한 비둘기로 변한 연준에 금융시장은 환호하고 있다. 주요국들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채권 금리도 심리적 저점을 하회하면서 하락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너무 격하게 반응하는 시장의 분위기를 진정시키려는 의도였는지, 지난 금요일 윌리엄스 총재(샌프란시스코 연은)가 “금리인하 기대가 섣부르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더 이상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에 대한 우려는 찾기 힘들어진 분위기이다."연준과 시장이 기대하는 기준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인식 차이는 여전"

애초에 2024년 중 기준금리 인하를 먼저 바라본 쪽은 연준보다 시장이었다. 연준이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외치는 중에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내년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100bp 정도였다. 연준과 시장이 바라보는 기준금리의 방향성 자체가 달랐던 셈이다. 하지만 12월 FOMC에서 연준도 점도표를 통해 금리인하를 시사하면서 연준과 시장이 바라보는 기준금리의 방향성은 모두 아래쪽을 향해있다. 다만 얼마나 빨리 내려갈지에 대한 속도에 대한 인식 차이는 여전히 남아있다. 연준이 점도표 하향조정을 통해 내년 중 75bp의 금리인하를 시사한 반면, 금융시장은 내년 150bp의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번 연준이 점도표를 하향조정한 배경이 되는 경제전망 보고서(SEP)를 살펴보자.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연준이 바라보는 향후 경기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이 약화되었다는 점이다. 금번 경제전망에서 미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2.1% → 2.6%)는 지난 9월 전망에 비해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되었지만, 24년 GDP 성장률 전망치(1.5% → 1.4%)와 인플레이션 전망치(Core PCE: 2.6% → 2.4%)는 모두 하향 조정되었다. 하지만 24년 실업률 전망치는 기존 9월 전망과 동일한 4.1%를 유지함으로서, 급격한 경기 침체보다는 완만한 경기 둔화를 기본 시나리오로 산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연준은 경제 지표가 꺾이고 인플레이션이 2%에 안착하는 것을 확인하는 사후적 성격의 기준금리 인하가 아니라,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선제적(또는 보험성) 기준금리 인하로 75bp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내년 150bp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펜데믹 위기와 같이 급격한 경기침체가 동반되었을 때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에 해당한다.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일까 아니면 나쁜 소식일까?"

따라서 내년 3월부터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것으로 바라보는 시장의 기대가 더욱 당위성을 얻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3개월의 시간 동안 경기지표(인플레이션보다는 주로 성장성 지표)들이 더 빠른 속도로 악화되거나 혹은 신용 부문의 파열음(Credit crunch)이 발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에서 부정적인 헤드라인이 많이 보일수록 기준금리 인하 가속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으로 해석되는 기간(Bad news is good news)”이 당분간은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투자자들이 고민해봐야 할 부문은 '성장성과 관련된 지표들이 약화되고 기준금리 인하가 가속화되는 것이 언제까지 좋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채권이 좋음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경제 여건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다른 여건들이 동일하다면 낮은 금리는 분명 주가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너무 빠르다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상황이 달라진다. 내년 미국 경제가 연준이 예상한 바와 같이 75bp 정도의 선제적 금리인하가 동반된 완만한 경기 연착륙이라면, 최근 주요 기관들이 주가 전망 밴드의 상단을 높이는 현상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시장이 바라는 150bp의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된다면, 정황상 급격한 경기둔화(Macro crunch)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매크로 지표가 깨지는 환경에서는 주가의 이익(earning) 전망도 상향조정 되기 힘들 것이다. 금리보다는 성장성을 자양분으로 먹고 자라나는 주가에 긍정적인 환경이라고 보기 힘들다. 당분간은 나쁜 소식이 시장에 좋을 수 있겠으나, 내년도 시장을 바라보는 긴 호흡에 있어서 '나쁜 소식이 나쁘게 해석되는 환경(Bad news is bad news)'이 도래 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