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실지렁이가…롱부츠 신던 20대女 '경악'한 까닭 [건강!톡]

다리 압박에 '하지 정맥류' 발병 위험
"발목 움직임 편한 신발 착용해야"
굽 높은 신발 '족저근막염' 유발 가능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A씨(28)는 겨울을 맞아 새로 장만한 롱부츠와 기모레깅스를 즐겨 신었다. 하지만 얼마 후 종아리 부위에 혈관이 보이고,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점차 혈관이 울퉁불퉁 불거지자 A씨는 병원을 찾았고, 하지정맥류를 진단받았다.

최근 매서운 겨울 한파가 이어지며 롱부츠를 신는 여성들이 눈에 띈다. 보온 효과를 얻는 동시에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추위 속 롱부츠 착용이 다리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부츠와 레깅스 등은 다리를 압박해 혈액과 체액의 흐름을 방해하는데, 실내외 온도 차가 큰 환경에 노출되면 혈관 수축과 이완이 반복돼 혈관 탄력이 낮아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하지정맥류 발병 위험이 커진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다리 근력이 약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 판막에 이상이 생겨 발병하는 혈관질환이다. 다리 정맥에는 60여 개의 판막이 있는데, 다리로 내려온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다시 심장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의 역류를 막지 못해 피가 몰리게 되고, 혈관 팽창을 유발해 혈액 순환에 문제를 일으킨다.

이를 방치할 경우 A씨의 사례처럼 종아리 부위 혈관이 마치 지렁이가 기어가듯 울퉁불퉁 튀어나오게 되고,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고 붓거나 쥐가 나며 쉽게 피로해질 수 있다. 피부 색소침착과 피부염, 혈관염, 출혈 등을 유발하며 심하면 피부궤양까지 생길 수 있다. 소화불량과 변비가 동반되는가 하면, 여성의 경우 호르몬 대사까지 방해해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을 악화시킬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정맥류는 증상의 경중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초기에는 적당한 운동과 휴식, 압박스타킹 착용 등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증상이 심하면 역류로 기능을 상실한 대복(윗배)재 정맥을 제거하는 게 도움이 되며, 환자의 혈관 상태에 따라 고위 결찰과 발거술, 국소 혈관절제술, 레이저수술, 혈관경화요법 등 치료법을 시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치료법의 발달로 수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흉터도 거의 남지 않는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전흥만 고대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하지정맥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릎 부위까지 꽉 조이는 부츠보다 발목 움직임이 편한 신발이 좋으며, 다리를 자주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앉아 있을 때도 다리 꼬는 자세를 삼가고 잠들기 전 발목에서 무릎을 향해 쓸어 올리듯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굽이 높고 발목의 움직임이 제한되는 롱부츠는 발을 긴장시키고 피로하게 만들 수 있어 장시간 착용 시 발바닥에 큰 부담을 준다. 발뒤꿈치의 미세한 손상 또는 과사용으로 염증이 생기고, 뒤꿈치와 발바닥에 통증이 나타나는 족저근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 걷는 도중 뒤꿈치가 들리는 순간, 뒤꿈치의 족저근막 부착 부위에 높은 압박이 가해져 족저근막 부착부에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일어서서 걷기 직전에 스트레칭을 시행하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또한 급하게 주사 치료를 지속해서 받다가 오히려 피부 변색이나 족저근막 파열 등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보며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