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네카오' 규제로 韓 스타트업엔 정부 돈만 남게될 것"

투자자들 "법 통과되면 앞으론 투자 어렵다"
공정위, 총선 앞두고 '민생 포장' 초강력 규제
사진=한경DB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독과점을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히자 그동안 한국 온라인 플랫폼 스타트업을 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으로 키운 주요 투자자들이 법의 제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공정위가 기업의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등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규제 대상으로 사전에 정해 각종 사업을 금지시키는 만큼 공정위가 정하는 규제의 커트라인 이상으로 성장을 추진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플랫폼 경쟁촉진법은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플랫폼의 네이버와 네이버페이의 시너지 등 각종 사업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플랫폼의 '반칙 사례'로 카카오T 콜을 우티 가맹택시에 주지 않은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외국 플랫폼 기업만 반사이익…국가 손실로 이어질 것”


21일 주요 IT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본인 트위터에서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는 더 이상 혁신적인 스타트업인 네이버나 배달의 민족, 쿠팡 같은 기업을 한국에서 목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리 테크 지형에 엄청난 ‘게임 체인저’가 될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이어 “현재 추진되는 플랫폼경쟁촉진법이 그대로 도입되면 IT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고, 오히려 외국 플랫폼 기업에게 반사이익을 얻게 해 결국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에서 출발, 글로벌로 진출해 성장하는 네이버, 배민, 쿠팡 등 국내 테크 기업에 규제를 하면 누가 큰 그림을 보고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당근마켓, 하이퍼커넥트, 네이버제트 등 한국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투자해 창업 생태계를 키운 대표적인 벤처캐피탈 회사로 꼽힌다.벤처투자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 11월 말 기준 116개사에 5560억원 이상을 투자한 상태다.

쿠팡, 배달의 민족 등에 초기 투자한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정위가 추진하는 법 관련 논의에 우리(벤처캐피탈 투자자들)도 꼭 논의에 참여해야 하며, 왜 필요없는지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썼다.

그는 “작은 회사들이 새로운 쿠팡·배민·네이버·카카오가 되기 더더욱 힘들고 한국에 투자하는 돈은 정부 돈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김 대표는 지금의 공정위 법안 추진 상황은 2010년 초기 국내 동영상 업체인 판도라 TV가 유튜브에 밀려 몰락한 과거 상황과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2009년 본인확인제와 저작권법 실시로 판도라TV같은 국내 동영상업체만 규제를 받은 바 있다.

○"한국 창업생태계 씨 말릴 것"


공정위는 법안을 조율해 의원입법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IT, 벤처캐피탈업계 등에선 한국 창업생태계의 씨를 말릴 것이란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인수합병(M&A)도 가로막힐 공산이 크다. 한국 창업자들은 오히려 이들 플랫폼에 인수되는 것을 목표로 창업하는 경우도 많다. 벤처 투자자들로서도 플랫폼들의 M&A가 어려워지면 중요한 '엑시트'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벤처투자액은 7조6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투자 건수도 지난해 5857건에서 5072건으로 줄었다. 기업당 투자 유치 금액도 32억2000만원에서 25억9000만원으로 6억3000만원 줄어들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