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기사는 근로자"…뒤집힌 1심, 플랫폼 업계 고심 커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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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운전기사, 인원 감축되자 "부당해고" 소송택시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를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1심 판결이 뒤집혔다. 플랫폼에 간접 고용된 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을 두고 갈등이 잇따르는 만큼 업계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중노위는 근로자성 인정했지만
1심 법원은 "업무 스스로 결정했다…근로자 아냐"
2심서 재차 뒤집혀…업계 혼란 불가피
21일 서울고법 행정7부(김대웅 김상철 배상원 부장판사)는 주식회사 쏘카가 중노위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쏘카는 타다 운영사인 VCNC의 모회사다.
◆중노위 판단에 제동 건 1심 법원…"근로자 아냐"
2019년 5월 A씨는 VCNC와 운전기사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다. 같은 해 7월 회사는 근무조 개편 및 차량 대수 조정으로 70여 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감축 대상에 포함된 A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지노위는 신청을 각하했지만, 중노위는 "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며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타다 앱을 통해 A씨의 업무 내용이 결정됐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는 취지다. 회사는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지난해 7월 8일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타다 소속 운전기사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는 운전용역을 제공하기로 한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을 뿐, 쏘카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이어 "출발지, 목적지 등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이용자의 호출에 결정되며, 운전기사는 배차를 수락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업무가 운전기사의 자율에 맡겨졌다는 것이다. 같은 날 1심 재판부는 쏘카를 상대로 동일한 쟁점으로 소송을 낸 B씨 사건에도 회사 승소로 판결했다. 이들 판결은 타다 운전기사의 근로자성을 다룬 첫 법원 판결로 알려졌다.
◆2심 "업무 내용 정해졌다…지휘·감독도 있어"
2심 법원은 1심 판단을 재차 뒤집었다. 근로자성이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A씨의 업무 내용이 회사에 의해 정해져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타다 앱이 안내하는 대기 장소에서 대기하다 배차되면 앱의 운행경로에 따라 목적지까지 운행해야 한다"며 "이용자가 탑승하면 필수 서비스 멘트와 안내를 제공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했다. 이어 "회사가 만든 틀 안에서 업무가 정해졌고 A씨가 틀을 벗어나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할 수 없었다"고 봤다.업무 과정에서도 회사의 지휘·감독이 있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A씨와 같은 프리랜서 기사를 위한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은 없었지만, 각종 교육자료, 업무매뉴얼, 근무 규정이 제공됐다"고 했다. 앱을 통해 운행 내용이 모두 관리되고 수집된 정보로 근태관리 리포트가 작성됐다는 점도 언급됐다.법원은 A씨가 스스로 근무 시간과 장소를 정할 수도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배차받은 후에는 정해진 차고지 및 배차시간 동안 근로 제공 의무가 있었다"며 "운행 도중 배차를 수락할지 결정할 수는 있었지만 미 수락 시 인사평가가 불리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자유로운 선택권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단을 뒤집으면서 업계는 대법원판결이 나올 때까지 당분간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 외에도 배달, 청소, 세탁 등 플랫폼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크게 늘면서 유사한 갈등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내고 "당연한 결과"라며 "플랫폼 기업들도 '혁신'을 빌미로 한 불공정한 행태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시온/곽용희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