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비 8000억·이자상환 2500억 삭감…내년 나라살림 '비상'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여야 정치권은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정부 제출안 대비 3조9028억원(총지출 기준)을 삭감하고, 3조5013억원을 증액했다. 심의 과정에서 정부가 편성한 예비비와 일시차입금 이자상환금 및 공적원조(ODA), 차기 전투기(F-X) 사업 예산이 대거 삭감됐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 제출안 중 삭감 규모가 가장 큰 항목은 예비비다. 정부는 당초 5조원의 예비비를 편성했지만, 8000억원이 삭감된 4조2000억원이 편성됐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지출에 따른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편성되는 비용이다. 야당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인 3조원까지 삭감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여야 협의 과정에서 8000억원을 삭감하기로 확정됐다.한국은행 마이너스 통장과 재정증권 발행 등 정부의 일시차입금 상환예산도 당초 3492억원에서 2500억원이 삭감된 992억원만 편성됐다. 정부는 올해 세수 부족 여파로 한은에서 113조6000억원을 일시 차입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자금을 빌리거나 재정증권을 발행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의 차기 전투기(F-X) 2차 사업은 4249억원으로 정부 제출안(6549억원) 대비 2300억원이 삭감됐다. 차기 전투기 사업은 한국형 3축 체계 중 ‘킬체인’ 핵심 전력인 고성능 스텔스 전투기를 국외 구매하는 사업이다. 1차 사업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작하는 스텔스기 F-35A로 결정됐다.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F-35A 도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군 장병 지원 예산도 다수 삭감됐다. 병사들이 전역할 때까지 매월 납입하는 장병내일준비적금에 대한 정부지원금도 112억원이 삭감됐다. 장병내일준비적금에 가입한 사회복무요원에게 지급하는 사회복귀준비금 예산도 124억원이 줄었다. 장병들이 생활하는 병영생활관 예산도 225억원이 줄었다.공적원조(ODA) 사업도 정부 각 부처를 통틀어 2000억원 이상 삭감됐다. 국제금융기구 출연금이 984억원 줄었다. 국제금융기구 출연금은 국제금융기구가 운영상 쓰는 돈으로, 한은과 정부 예산으로 충당된다. 국제기구 사업 분담금도 984억원 삭감되는 등 부처에 흩어져 있는 ODA 예산이 일제히 삭감됐다.

금융위원회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출자금으로 편성한 7600억원에서 4300억원으로 3300억원이 줄었다. 금융위는 코로나19로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운영을 위해 캠코 출자금을 늘리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와 함께 서민금융진흥원 기여금 지원예산도 1300억원이 삭감됐다. 서민금융진흥원은 기여금 지원 사업을 통해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중 연 소득 6000만원 이하인 사람에게 소득분위별로 매칭 비율을 달리해 본인 납입금에 대한 기여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는 보통 교부금은 5456억원이 삭감됐다. 내년도 시·도교육청의 예산 집행에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