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9회말 2아웃이면 후회 없이 휘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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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수락
여권 차기 지도자 지지율 1위
與 "지역색 없어 중도확장 가능"
韓 "큰 의미의 정치, 벌써 20년째"
눈앞에 놓인 세 가지 시험대
이준석 탈당·신당 창당 저지
巨野 맞선 김건희 특검 대처
수직적 당정관계 회복도 시급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직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AA.35393644.1.jpg)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이임식 직후 한 지명자는 기자들과 만나 “막연한 자신감보다 동료 시민과 나라를 위해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구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왜 한동훈인가
비대위원장 후보로 한 지명자가 일찌감치 낙점된 데는 여권 내에서 독보적인 지명도와 인기를 갖췄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된다. 한국갤럽이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치인 선호도 조사에서 한 장관은 16%의 지지를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19%)와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며 홍준표 대구시장(4%),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2%) 등 여권 주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수도권 인사로 중도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서울 시내에서 초·중·고를 나온 한 지명자는 지역색이 없고, 수도권에서 인기가 높다. “영남 인사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김기현 지도부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총선을 앞두고 당을 보다 큰 폭으로 쇄신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전당대회 등을 거치며 현역 의원들의 도움을 받았던 김 전 대표와 달리 한 지명자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6일 임명 다음날부터 과제 산적
비대위원장 제안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 한 지명자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에 대해서는 멀리 있었지만, 공공선의 추구라는 큰 의미의 정치는 벌써 20여 년째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그 마음 그대로 현실 정치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한 지명자가 이 같은 강점을 현실 정치에서도 긍정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다. 오는 26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비대위원장에 오르는 한 지명자는 당장 다음날부터 갖가지 도전에 직면한다.
첫 번째 도전은 27일로 예고된 이 전 대표의 탈당이다. 신당 창당을 공언하고 있는 이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을 돌려세우지 못하면 한 지명자의 중도 확장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당장 이번 주말에 한 지명자가 이 전 대표 등과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28일에는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 강행 처리에 나선다. 야당이 절대다수를 점한 만큼 처리 저지는 불가능한 가운데 한 지명자가 어떤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지나치게 강경한 발언을 내놓을 경우 여야 관계는 물론 대통령실에 종속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15일 의총에서 최재형, 김웅 등 비윤계 의원들은 “수직적인 대통령실·여당 관계가 지지율 하락의 이유”라며 한 지명자의 비대위원장 취임을 반대한 바 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된 이후에는 공천과 관련된 당내 반발을 잠재워야 한다. 자칫 당내 갈등에 빠져들 경우 그간 쌓아온 이미지가 소모되며 유력 대선 주자로서 입지까지 흔들릴 수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