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공장 빼고 아세안·미국으로…현대차그룹 생산기지 새판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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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공장 매각·中 공장 매각중…인도·미국으로 간다현대차그룹이 생산기지 이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큰 중국과 러시아에서의 자산을 줄이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미국 등으로 생산거점 새판을 짜는 모양새다.
국제정세 불확실·정책규제까지 내년 전망 '산 넘어 산'
미·중 무역갈등 심화에 미국 대선까지 겹쳐
기후·환경·에너지 등 유럽부터 압박 조여와
내년 미·중 무역갈등이 가속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에 따른 경제 블록화 심화 등으로 '경제안보' 중요성이 한층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과 궤를 같이 한다. 기후·환경·에너지 등 정책 규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현지 업체에 매각한 현대차는 중국에서도 공장 매각 등을 통한 자산 규모 줄이기에 돌입했다.
현대차에 중국은 한때 연간 254만대 규모의 차를 생산하는 최대 생산 기지였다. 수도 베이징에 3곳을 비롯해 창저우, 충징 등 5개 공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중국 현지 업체들 자동차 판매량이 늘면서 2021년 베이징 공장 한 곳을 우선 매각했고, 최근엔 충칭 공장을 매물로 내놨다. 특히 충칭 공장은 2017년 1조원이 넘는 투자를 통해 완공한 연산 30만대 공장으로 거점 역할을 했지만 중국 내 판매량 부진으로 2021년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현대차는 창저우 공장 역시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판매 라인업을 13개 차종에서 8개로 줄이고 공장도 추가 매각해 당분간 효율성 위주 경영을 할 계획이다.대신 현대차그룹이 새로 생산기지를 꾸리는 곳은 아세안과 미국이다.
현대차는 지난 8월 인도에서 제너럴모터스(GM) 인도 법인이 보유하고 있던 연간 13만대 생산 규모 자동차 공장을 인수했다. 2025년 이후 이 공장이 본격 가동하면 현대차·기아는 인도에서만 약 140만대를 생산하게 된다. '안방'인 한국을 제외하면 현대차그룹의 해외 생산시설 중 최대 규모로 올라선다.인도네시아 공장은 현대차그룹의 아세안 전기차 시장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전기차 증산을 위한 인도네시아 공장 설비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생산 모델을 아이오닉 5에서 코나EV까지 2종으로 늘린다. LG에너지솔루션과는 인도네시아 현지에 배터리 합작공장도 건설 중이다.태국에는 기아가 25만대 생산 규모의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싱가포르엔 지난달 연 3만대를 생산하며 새로운 생산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준공하기도 했다. 우선 이곳에선 아이오닉 5를 생산하고 있으며 향후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도 생산기지를 만든다.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30만대 생산 규모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유럽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체코 공장도 전동화 전환을 위해 추가 투자를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최근 프랑스 정부가 유럽 생산 전기차에 인센티브를 더 주는 '프랑스판 IRA(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를 시행하면서 현지 생산 중요성은 한층 더 부각됐다.내년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진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IRA를 뒤집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IRA를 의식해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쏟고 있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생산시설 외에도 정책규제 대비가 필요한 상황.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활동한 성 김 전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를 자문역으로 영입한 게 대표적이다. 성 김 전 대사는 현대차그룹의 국외 시장 전략,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에도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을 부사장으로 영입했으며, 김동조 전 청와대 외신대변인도 영입한 바 있다. 김 전 비서관은 외교관 출신으로 북미2과장을 지내는 등 미국 전문가며 김 전 대변인 역시 외교관 출신으로 다자통상무역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