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파트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한숨 깊어진 집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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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삼성·청담·대치동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아파트는 묶어두고 상가·오피스텔·빌라는 풀어
"명확한 재산권 침해, 대책 필요"
전문가 사이서도 찬반 의견 엇갈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국제교류 복합지구 인근 4개 동(14.4㎢)에 대해 토지거래허가 의무 대상을 아파트 용도로 제한하는 내용의 '토지거래허가구역 변경안'을 가결했다.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에 있는 '아파트'를 거래하면서 2년간 실거주 해야한다는 얘기다. 잠실·삼성·청담·대치동 일대는 2020년 6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허가대상 면적(주거지역 18㎡, 상업지역 20㎡) 초과 토지를 취득하려면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했다. 자금조달 계획서 작성과 실거주를 목적의 주택 거래만 허용되면서 투자수요의 진입이 어려웠다. 아파트를 사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하고, 상가·업무용 빌딩은 4년간 직접 입주해야 한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었다.
그랬던 와중에 지난 10월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토지거래허가 의무 대상을 세분화해 지정할 수 있게 됐다. 주거용, 상업용, 업무용, 공업용 등 용도로 나누고, 주거용은 아파트, 단독, 연립, 다가구, 다세대 등으로 구체적으로 나눠 지정할 수 있게 됐다.
지역의 소유주들은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번에 '아파트'는 여전히 해당되면서 아파트를 소유한 집주인들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가뜩이나 거래가 안되는 와중에 '아파트'만 전세를 끼고 사거나 파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되레 같은 지역에서 상가와 오피스텔, 단독·연립·다가구·다세대 주택(빌라)을 매매할 때 허가가 필요 없게 됐다.

압구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연장 이슈가 나올 때마다 기대감이 커졌다 작아졌다는 반복하면서 일대 주민들도 지친 상황"이라면서 "일부 주민들의 경우 아예 매매를 포기한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토지거래허가제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잠실 등 일부 지역에 대규모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토지에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맞지만 아파트에까지 이를 적용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아파트에 대한 규제는 해제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서진형 공정 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 상품기획 비즈니 학과 교수)는 "제도가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에 남아있다는 것은 주거 이전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고 본다"며 "투기수요를 막는 게 목적이라면 보유 주택 수에 따라 규제를 차등 작용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1978년 도입된 토지거래허가제도는 투기성 거래를 막기 위해 시행됐다.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지정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는 관할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