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같은 생각은 '='로, 다른 생각은 '⇔'로 표시하며 읽자

(137·끝) 주장의 공통점과 차이점
시블리에 따르면 미적 속성은 감상자가 미적 감수성을 발휘해야 지각할 수 있는 속성이고, 비미적 속성은 시각과 청각 등의 지각 능력을 발휘하면 충분히 지각할 수 있는 속성이다. 미적 수반이란 한 작품의 미적 속성이 그 작품의 비미적 속성에 의존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즉 미적 수반론은 비미적 속성의 차이 없이는 미적 속성의 차이도 없다고 본다.

미적 수반론은 미적 판단의 정당화 문제에 대해 미적 실재론자들에게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하지만 미적 수반론을 수용하는 미적 실재론자는 미적 판단의 해소 불가능한 불일치 문제를 설명하기 어렵다. 해소 불가능한 불일치란 대상의 미적 속성을 판단하는 문제에서 감상자들 사이에 심각한 불일치가 있고, 그 불일치가 감상자들이 지각 능력, 지식, 미적 감수성 등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미적 판단의 해소 불가능한 불일치는 미적 실재론자들이 미적 수반론을 흔쾌히 수용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중략)미적 반실재론 입장에서는 미적 판단의 해소 불가능한 불일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미적 반실재론자들은 미적 수반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미적 수반론을 수용하지 않는 반실재론자는 미적 판단의 정당화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지 설명하기 쉽지 않게 된다. 각자마다 다른 미적 판단이 각각 참일 수 있다면 극단적인 주관주의가 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미적 반실재론자들은 미적 수반론을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 2023학년도 10월 교육청 전국연합학력평가 -

[지문 키워드] 시블리에 따르면 … 미적 수반론은 … 미적 실재론자들에게 단서를 제공 … 미적 반실재론자들은 미적 수반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람들은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과 같은 생각 또는 다른 생각을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
렇게 생각하고, 누구와 생각이 같고 다르다는 글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철수 쌤은 이런 글을 볼 때마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하는 것을 파악하며 읽는 버릇이 있다. 지문에서도 ‘시블리’로 대표되는 ‘미적 수반론’과 ‘미적 실재론’, ‘미적 반실재론’이라는 이론이 설명되어 있는데 이들의 관계는 옆의 도식처럼 같은 생각인 경우(=), 다른 생각인 경우(⇔)로 나눠 이해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지문에 ‘미적 수반론은 미적 실재론자들에게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고, ‘미적 반실재론자들은 미적 수반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글에는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미적 실재론과 미적 반실재론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리할 수 있다. ‘아님’의 뜻을 지닌 ‘반(反)-’이라는 접사로도 둘의 관계를 추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런 지문에서 꼭 나오는 문제가 있다. 바로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상황을 각 이론에 근거해 이해 또는 판단하는 문제다.
15. 윗글을 바탕으로 <보기>에 대해 보인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보 기 >

길동과 장금은 미술관을 방문하여 화가 몬드리안의 작품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을 감상했다. 이 작품은 직선들의 교차를 통해 형성된 수많은 직사각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다양한 크기의 직사각형 중 일부는 선명한 원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길동은 이 작품을 본 소감으로 생동감을, 장금은 지루함을 제시했다.① 길동이 시블리의 입장을 따른다면, 생동감이나 지루함은 작품의 미적 속성으로 색이나 직선들은 작품의 비미적 속성으로 구분하겠군.
② …
③ 장금이 미적 수반론을 부정하는 미적 반실재론자라면, 자신과 길동의 미적 판단이 다른 이유를 비미적 속성에서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하겠군.
④ 길동이 미적 수반론을 지지하는 미적 실재론자라면, 생동감이 직선들의 교차 등의 비미적 속성에 수반하는데 그 비미적 속성이 작품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하겠군.
⑤ …

①에서 ‘길동이 시블리의 입장을 따른다면’이라 하였으므로 길동과 시블리가 같은 생각을 할 경우를 말한다. 시블리는 ‘미적 속성’과 ‘비미적 속성’을 나눈 사람이다. 따라서 길동도 그 둘을 나눌 것이므로 ①은 적절한 반응이다. ③에서 ‘장금이 미적 수반론을 부정하는 미적 반실재론자라면’이라 하였으므로 장금은 미적 수반론과 다른, 미적 반실재론과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지문에 ‘미적 수반론은 비미적 속성의 차이 없이는 미적 속성의 차이도 없다고 본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장금은 미적 속성의 차이가 비미적 속성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장금은 ‘미적 판단이 다른 이유를 비미적 속성에서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할 것이라는 ③은 적절한 반응이 아니다. 한편 ④에서 ‘길동이 미적 수반론을 지지하는 미적 실재론자라면’이라 하였으므로, 길동과 미적 수반론, 미적 실재론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따라서 길동이 ‘생동감’이라는 미적 속성은 ‘직선들의 교차 등의 비미적 속성에 수반’한다고 할 것이며, ‘그 비미적 속성이 작품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할 것이라는 반응은 적절하다.

[지문 키워드] 미적 반실재론자들은 미적 수반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 어떤 미적 반실재론자들은 미적 수반론을 주목할 …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기도

‘A라는 점을 들어 B’라고 하면 A라는 근거와 B라는 주장(결론)으로 나눠 이해할 수 있다. 지문에서 ‘미적 판단의 해소 불가능한 불일치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미적 수반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는데, ‘미적 판단의 해소 불가능한 불일치’가 ‘미적 수반론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리고 ‘A다. B 때문이다. 그래서 C’라고 하면 B의 이유로 A라는 근거가 정당화되므로 C라는 주장(결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포인트

성보고 교사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누구와 생각이 같고 다르다는 글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다양한 생각을 설명하는 글은같은 생각인 경우(=), 다른 생각인 경우(⇔)로 나눠 이해할 수 있다.

‘아님’의 뜻하는 지닌 ‘반(反)-’이라는 접사를 고려해서 개념을 파악해 보자.‘A라는 점을 들어 B’라고 하면 A라는 근거와 B라는 주장(결론)으로 나눠 이해할 수 있다.

‘A다. B 때문이다. 그래서 C’라고 하면 B의 이유로 A라는 근거가 정당화되므로 C라는 주장(결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