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사랑이야기가 다시 무대에 올랐을 때…뮤지컬 '겨울나그네'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레미제라블'이 그렇고, 가스통 르루의 소설로 만든 '오페라의 유령'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이청준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 '서편제'도 있다. 원작의 탄탄한 서사에 좋은 음악, 화려한 무대 연출 등이 더해져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다.

최근 개막한 뮤지컬 '겨울나그네'도 유명 소설이 원작인 작품이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인정받은 대문호 고(故) 최인호 작가의 장편소설 <겨울나그네>를 뮤지컬로 만들었다. 뮤지컬 '영웅'과 '명성황후' 등을 만든 공연제작사 에이콤이 제작해 1997년 초연했다. 2005년 재연에 이어 올해 최인호 작가의 10주기를 맞아 18년만에 다시 무대에 올렸다. 에이콤의 윤호진 예술감독과 최인호 작가는 개인적으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1984년 발표한 원작 소설은 부잣집 의대생 민우가 집안이 갑자기 망하고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방황하는 이야기다. 지고지순한 여성 캐릭터 다혜와의 사랑 이야기도 중요한 축을 이룬다. 과거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얻기도 했다.

장편 소설을 무대 예술로 바꾸는 과정에서 몇가지 아쉬운 대목이 보인다. 주인공 민우와 주변 인물간 서사와 감정선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게 첫번째다. 캠퍼스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부딪히는 장면 하나로 두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진 걸 표현한다거나, 민우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사랑에 빠지는 미군 기지촌의 작부 제니의 서사가 대표적이다. 모범생 민우가 타락해가는 과정도 마치 요약 화면을 보는 듯 너무 빠른 느낌이다.
작품에서 재현한 1980년대 배경은 요즘 젊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을 수 있겠다. 경찰이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는 장면은 많이 나온 클리셰다. 민우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다혜와 제니의 모습은 2023년에는 공감하기 어려운 여성 캐릭터다.다만 발라드 가요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 넘버는 극의 쓸쓸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아이돌 가수 출신의 배우 이창섭·인성·MJ·렌을 비롯해 세븐과 려욱, 진진, 민선예 등의 개성과 잘 어울린다.

공연은 내년 2월 25일까지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