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대접받는 기분"…백화점 식당가 접수한 화제의 메뉴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솥밥이 백화점 필수메뉴 된 까닭
이달 초 롯데백화점 인천점에 문을 연 솥밥 브랜드 '일월오악'(사진=에프지푸드)
외식업계 유행의 총집합체인 백화점 식당가. 최근 주요 백화점 점포들이 리뉴얼 과정에서 솥밥 브랜드를 꼭 포함하고 있다. 백화점 지하 식당가를 프리미엄 식사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솥밥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젊은 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메뉴라는 점, 운영 효율성이 높은 한식 메뉴라는 점이 솥밥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26일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1월 1일~12월 21일) 백화점 3사 식당가에서 솥밥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49.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 인천점 일월오악(12월), 현대백화점 미아점 솔솥(4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칠암만장(3월) 등 솥밥 브랜드를 들인 점포가 부쩍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작년과 올해에 걸쳐 다섯 개 브랜드를 8개 점포에 들였고, 현대백화점(아울렛 포함)은 운영 중인 솥밥 매장만 현재 10개가 넘는다.
가지솥밥(사진=한경DB)
이는 최근 소비자들이 ‘대접받는 경험’을 중시하는 것과 연결된다. 백화점 업계는 식당가에서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매장을 재단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7월 압구정 본점 지하에 ‘가스트로 테이블’을 열고 직원이 직접 서빙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이 직접 음식을 받아와야 하는 다른 푸드코트와 다른, 질 높은 서비스를 구현하고자 했다. 롯데백화점도 본점과 잠실점, 인천점에 직원이 음식을 갖다주는 ‘테이블링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백화점은 전국의 유명 맛집을 즐길 수 있는 팝업 공간으로도 기능이 확장됐다.
압구정 현대백화점 가스트로테이블(사진=현대백화점)
백화점 바이어 입장에서 솥밥은 트렌디하면서도 대접받고 싶어하는 소비자를 겨냥할 수 있는 확실한 콘텐츠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솥밥은 솥에 물을 붓고 기다려야 하는 등 취식 방법이 번거로워서 되려 고급 음식으로 인식된다”며 “성수동, 연남동의 솥밥집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는 등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는 메뉴”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아예 새로운 솥밥 브랜드를 개발했다. 길옥균 롯데백화점 델리&스낵 팀장은 ‘일월오악’이라는 솥밥 브랜드를 에프지푸드와 손잡고 인천점에 론칭했다. 한남동 한우 오마카세 소수 출신 송치훈 셰프와 함께 솥밥 브랜드를 6개월간 준비했다.바이어가 본점이 아닌 외곽점포에 직접 브랜드를 개발 및 론칭한 것은 일월오악이 최초 사례다. 길옥균 팀장은 “백화점 식음료(F&B) 코너는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명 노포, 해외 인기 브랜드를 지속 입점시키는 것이 이러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운영 효율도 높다. 객단가가 인당 3만원대로 높지만 다른 한식 메뉴에 비해 차리기가 간편해서다. 송치훈 셰프는 “밑반찬이 필요한 한식의 경우 밑반찬 제조 및 서빙 과정에서 손이 많이 간다”며 “솥밥은 밥에 토핑을 올려 솥에 담아 제공하기 때문에 노동력이 적게 든다”고 말했다. 일월오악은 대접받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허윤석 도자기 작가와 협업해 전용 식기를 제작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