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서 이어진 학업'…서울대어린이병원학교서 서울대 진학

"언젠가는 치료 끝나는 날 올 테니까 그때까지 꿈 잃지 말자"
1999년 개교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 올해 134명 수학
"다들 언젠가는 치료가 끝이 나고 자신의 삶을 살 시간이 올 테니까 그때까지 꿈을 잃지 말고 꿋꿋하게 나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에서 공부하고 올해 서울대에 합격한 지호(가명·18) 군은 최근 '2023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 학예전시회 및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은 뒤 이러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호 군은 서울대병원에서 입원과 외래 치료를 반복하면서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불가능해지자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를 찾았다.

병상에서도 학업의 꿈을 놓지 않았던 지호 군은 내년에 서울대 신입생이 된다. 치료도 종결해 더 가뿐한 마음으로 입학할 수 있게 됐다.

22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에 따르면 1999년 전국 최초의 병원학교로 개교한 이곳에선 올해 지호 군을 포함해 초등학생 88명, 중학생 26명, 고등학생 20명 등 환자 134명의 학업을 지원했다.

병원학교는 소아암·백혈병 진단을 받은 아이들이 2∼3년 동안의 치료 기간에도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식 출석 인정 기관이다. 초등학생은 1일 1과목 1시간, 중·고등학생은 1일 2과목 2시간 수업을 받으면 출석이 인정돼 유급을 방지하고 상급 학년·학교로 진학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는 소아암이나 만성 질환으로 학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사와 평생교육사가 상주하고, 서울대 의대·사범대학생 등 자원봉사자가 함께 수업을 지원한다.

개교 후 올해까지 이곳에서 수학한 환자는 7천여명에 이른다. 서울대병원은 힘든 치료 과정에서도 열심히 수업에 참여한 소아암·백혈병 환자의 노력을 칭찬하고, 이 과정에서 헌신적으로 지원한 부모님과 자원봉사자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지난 21일 '2023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 학예전시회 및 시상식'을 열었다.

학생 중에서는 특별상 5명, 격려상 7명, 달력상 13명, 학교복귀상 13명, 출석상 22명이 선정됐다.

장한부모님상은 7명, 훌륭한 교사상은 17명이 받았다.

급성림프구백혈병으로 지난해 2월부터 서울대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다가 어린이병원학교에서 공부한 몽골 소년 아나르(15) 군은 출석상, 격려상, 달력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아나르 군은 어린이병원학교에서 미술과 국어 수업을 들으며 한국어를 익혔고, 올해 9월 국내에 있는 국제학교로 진학했다.

한국어 교재를 직접 사 들고 찾아올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는 아나르는 이제 한국어로 곧잘 대화도 할 수 있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학예전시회에 자신의 그림 4점을 전시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병원학교 설립 후 24년간 영어 수업을 자원봉사 해주고 있는 장정애 교사에게는 감사패가 수여됐다. 최은화 어린이병원장은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한 학생, 학부모,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전한다"며 "어린이병원학교는 앞으로도 더 많은 어린이에게 희망의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