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인데 섭외 받아"…일반인 없는 연애 프로 '시끌'

"화제성 노린 인플루언서 출연" 시청자 반감
"프로그램 취지 맞게 진정성 고려해야"
사진=ENA, SBS플러스 '나는 SOLO' 캡처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유명 연애 프로그램 섭외 요청을 받았어요. 외모와 직업이 좋은 지인들은 다 한 번씩 받아보는 거 같아요."

미스코리아 출신 A씨(23)는 올해 여름 유명 연애 프로그램으로부터 섭외 요청을 받았다.섭외 이유는 "우리 프로그램에 적합한 사람 같다"는 것. A씨는 의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단 한 번도 연애하고 싶다거나,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뉘앙스를 풍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출연 의사가 있으면 미팅하자더라. DM을 통해 섭외를 받아보니 연애 프로그램을 볼 때 '저 사람들도 이렇게 섭외가 됐겠구나' 싶어 진정성이 떨어져 보였다"면서 "진정한 사랑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은 열 명 중에 한 명 될까 말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또 섭외가 온다면 팔로어를 더 늘리기 위해 응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같은 시기 동일 프로그램에서 섭외 요청을 받은 남성 아나운서 B씨(27)는 "다들 아니라고는 하지만 인플루언서를 노리고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이 80%는 될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앞서 출연한 일반인들 중 현재 스타가 된 선례가 많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 개의 프로그램으로부터 DM을 받은 변호사 C씨(32)도 "외모가 준수한 주변 변호사 중에도 연락이 온 사람이 많은 걸로 봐선 캐스팅 과정에서 직업과 외모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며 "제작진이 거른다고 해도 이미 DM으로 캐스팅한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사람들이 뽑힐 수밖에 없는 구조 같다"고 전했다.최근 티빙 '환승연애3', 넷플릭스 '솔로지옥3' 등 인기 연애 프로그램들의 캐스팅 방법이 공개되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던 본래의 취지가 흐려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화제성만을 노린 섭외, 이른바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거나 추후 전향할 목적이 있는 출연진들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싹트고 있다.
연애프로그램 섭외 메시지/사진=유지희 기자
ENA·SBS플러스 '나는 솔로'는 타 연애 예능과 결이 다른 진정성과 리얼함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으나 현재 18기 옥순이 과거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로 알려져 논란이다.

지난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솔로지옥3'의 경우 공개된 여성 출연자 6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미인대회 수상자다.'환승연애3' 김인하 PD는 섭외를 위해 인스타그램 DM을 3만건 넘게 보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한 유명 연애 프로그램 작가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DM으로 캐스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다"며 "인스타그램을 통한 섭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해시태그 검색을 통해 찾는다"고 전했다.

방송 활동 이력이 있는 출연자나 인플루언서를 쫓아 섭외하는 것도 프로그램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특히 일반인으로서 출연한 인물이 회사를 퇴사하고 인플루언서로 전향하는 경우도 진정성 논란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다.

실제 화제가 된 연애 프로그램(하트시그널·솔로지옥 ·환승연애 등)의 출연자 대부분이 프로그램 종영 이후 추가 방송 활동을 했으며, 매니지먼트를 담당할 소속사를 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인플루언서 활동은 기본이 됐다.

'하트시그널2' 출연자 오영주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재직하는 커리어우먼으로 많은 팬을 확보했지만 방송 후 퇴사수순을 밟아 현재는 19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이자 42만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러브캐쳐' 송세라·박정진 커플 역시 각각 은행과 대기업에 종사하는 일반인이었으나 퇴사 후 인플루언서와 모델 일을 겸하고 있다. 송세라의 팔로어 수는 42만, 박정진의 팔로어 수는 71만이다.

'나는 솔로' 남규홍 PD는 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출연자들은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요즘 유명인이 되면 굉장히 편하니 제2의 인생이 열릴 수도 있고, 이런 걸 다 계산하고 온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애 프로그램 제작진 입장에서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고려한 캐스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공식 플랫폼 펀덱스가 지난 19일 발표한 순위에 따르면 '솔로지옥3'에 출연 중인 창원 LG 세이커스 소속 이관희 선수는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급기야 직접 과거를 찾아내며 유명세 목적이 의심되는 출연자를 색출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애 프로그램 시청자들은 진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목적인 연애와 동떨어진 목적을 가진 출연자들에게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이어 "출연진들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하는 부분은 영상을 통해 비치는 게 전부기 때문에 외적인 부분 또는 좋은 직업을 가진 부분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다만 섭외 과정에서 그 사람에게 어떻게 진정성을 끌어낼 수 있을지, 이 사람이 진짜 이 프로그램 내에서 진심을 가지고 하는지를 잘 걸러내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