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승자는 푸틴, 머스크, 미국 경제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Gerard Baker WSJ 칼럼니스트
과거의 성과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여러 분야에서 올해의 승자와 패자를 꼽아 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올해의 지정학적 승자로 선정할 수밖에 없어 매우 유감스럽다. 그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죄 없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목숨을 잃었고, 러시아의 피해도 컸다. 하지만 푸틴의 정치적 입지는 더 탄탄해졌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에 큰 충격을 주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도 약해졌다.그렇다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올해의 지정학적 패자가 돼야 하겠지만, 그가 보여주고 있는 불굴의 의지를 볼 때 부적합하다.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 타이틀을 갖기에 적합한 인물이다. 그는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했고, 푸틴에게 대적했다가 의문사한 사람 중 한 명이 됐다.

경제에서 승패 갈린 미·중

일각에서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경제에서 미국은 올해의 승자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하지만 객관적인 경제 지표를 보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년 전만 해도 그 누구도 미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4% 미만 실업률에 3% 남짓한 물가상승률을 낼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반대로 중국은 패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거의 모든 경제학자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의 경직성, 과도한 투자, 잘못된 정책이 10년간 이어졌고 저출산·고령화로 성장 동력이 훼손됐다. 올해는 세계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걱정을 끝내고, 경제 악화가 가져올 악영향을 걱정하는 첫해였다.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인 가운데 올해의 승자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손실을 내고 있긴 하지만, 그가 주력하는 사업에서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올해의 패자로 꼽힐 기업인은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CEO다. 밥 체이팩 전 디즈니 CEO가 축출되고 아이거가 복귀할 당시 그의 앞에는 영광스러운 길이 펼쳐진 듯했다. 하지만 아이거가 예전 재임 시절 디즈니에 심은 ‘정치적 올바름’ 노선은 이제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됐고, 회사는 행동주의 투자자의 공격에도 노출됐다.

머스크·스위프트, 올해의 인물

올해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관은 연방대법원이다. 대법원은 대학 입시에서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게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대출 탕감에 제동을 걸었다. 이 맥락에서 패자는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국 명문대들이다.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올해의 문화 아이콘이다. 콘서트 ‘디 에라스 투어’를 통해 스위프트는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전례 없이 강력한 지배자가 됐다.

어쩌면 2023년의 승자 가운데 상당수는 편협함, 테러, 야만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년 이맘때 들을 수 있는 한 크리스마스 캐럴의 가사처럼, 신의 축복이 이 땅에 흐를 것이라는 희망을 다시 품어볼 때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Winners of the Year: Putin, Musk, the U.S. Economy’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