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퍼 “롤드컵 우승, 한 번 하려고 프로 된 것 아냐”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한화생명e스포츠 '바이퍼' 박도현 인터뷰

한화생명e스포츠 원거리 딜러 '바이퍼' 박도현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한화생명e스포츠 원거리 딜러 '바이퍼' 박도현이 2024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시즌 개막을 앞두고 더 높은 목표에 대한 야망을 드러냈다. 고양시 일산 동구에 위치한 캠프원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그는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월즈(리그오브레전드 웓드 챔피언십·일명 롤드컵) 우승을 한 번 하려고 프로게이머를 시작한 게 아니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박도현은 지난 2021년 중국리그 LPL 에드워드 게이밍(EDG) 소속으로 롤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바 있다.한화생명은 2023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자 출신 선수만 3명을 영입하며 '슈퍼팀'을 꾸렸다. 하지만 LCK 결승은 물론 롤드컵 진출에도 실패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서머 시즌 중반 소속 선수의 일탈 행위로 팀 전체가 흔들리기도 했다. 팬들 사이에선 실망한 모기업이 내년에는 투자를 줄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스토브리그가 시작되자마자 팀의 기둥인 '바이퍼' 박도현과 '제카' 김건우와 재계약을 맺었다. 이후 2023년 LCK 스프링과 서머 우승을 차지한 '도란' 최현준, '피넛' 한왕호, '딜라이트' 유환중을 영입하며 또 한 번 강력한 로스터를 꾸렸다. 박도현 역시 인터뷰 내내 팀원들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그는 "(2024년 한화생명 로스터가) 굉장히 잘하는 선수들이 모였다고 생각한다"라며 "(내년에) 다 같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화생명e스포츠 원거리 딜러 '바이퍼' 박도현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먼저 올 한 해 중국리그 LPL에서 국내 리그 LCK로 복귀해 경기를 치른 소감이 궁금하다.(LPL과 LCK) 두 리그 다 굉장히 높은 수준의 리그라고 생각한다. (복귀해서 경기를 치르면서) 굉장히 즐거웠다. 올 한 해 많이 얻어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나 부족했던 부분들에 초점을 맞춰서 더 생각을 하게 됐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올해 우승을 노리는 로스터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아쉬운 성적의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충분히 기대치에 맞게 높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좀 합이 잘 안 맞은 것 같다. 그 부분을 잘 조율하고 들어가지 않아서 결국 문제가 됐다. 그런 것들이 좀 안 좋게 이어진 거 같다.어떤 부분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나?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기 보단 서로 원하는 플레이가 다르고 서로 이겨왔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걸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 그런 게 많은 영향을 많이 끼친 것 같다.

올 한 해를 돌아봤을 때 가장 아쉬운 순간을 꼽자면 언제인가??스프링 플레이오프와 서머 플레이오프 KT 롤스터 전이 둘 다 아쉽다. 충분히 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패배했다. 그걸 한번 뛰어넘으면 더 높은 곳까지 갈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장 아쉬운 건 그 두 경기를 꼽겠다.

서머 중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팀이 흔들렸을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또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그때 당시에는 어쨌든 당장 앞에 경기가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자고 이야기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합류한 ‘그리즐리’ 조승훈 선수랑 같이 최선 다해서 다음 경기에만 몰두하고 집중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나름 끝까지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갑작스레 합류하게 된 조승훈 선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나?

겉에서 봤을 때는 긴장하지 않고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LCK가 처음인 선수이기 때문에 모르거나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만큼 높은 수준의 리그이고 그래서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그냥 편하게 해라라고 말해줬다. “편하지 않아도 편하다고 생각해 줘”라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편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웃음) 사실 부탁에 가까웠다. (조승훈 선수가) 잘해준 것 같아서 지금도 고맙다.

박도현 선수가 생각하는 조승훈 선수의 장점은?

남들과 다르게 이번에 LCK를 경험해 봤고 또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잘 듣고 그걸 본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수용의 자세가 좋아서 앞으로도 더 잘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화생명e스포츠 원거리 딜러 '바이퍼' 박도현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서머가 끝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있었고 또 국내에서 롤드컵이 열리기도 했다. 선수로서 이런 이벤트들을 보며 어떤 자극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우선 즐거운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펼쳐진 국제 대회들은 보는 사람도 굉장히 재밌더라. 다시 좀 시청자 입장으로 돌아가서 즐겼다. 또 보면서 “다음에는 나도 저런 데서 게임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난 2021년 함께 롤드컵 우승을 해냈던 ‘스카웃’ 이예찬 선수 등 동료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8강까진 갈 수 있을 거라고 예상을 했고 만나지 못한 게 아쉬운데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죠. (웃음)

스토브리그 이야기를 해보자. 2024 시즌을 앞두고 한화생명e스포츠와 가장 먼저 재계약을 채결했다. 한화생명과 한 번 더 동행을 약속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다시 내년에 이 팀에서 경기하는 게 개인적으로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과거에도 그렇고 제가 올해 1년간 (한화생명e스포츠에서) 지내보면서 여기서는 게임에 굉장히 집중,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한 게 첫 번째였다. 그 외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고향이 대전이어서 한화에 애정이 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전시에 꾸준히 기부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재계약 과정에서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웃음) 그렇지만 우선적으로 생각한 건 제가 원하는 환경에서 게임하는 게 제일 중요했던 것 같다

실제로 한화 이글스의 팬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한화의 야구 경기에서 ‘제카’ 김건우 선수와 함께 시구와 시타를 했을 때 당시 소감 부탁드린다.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살면서 그런 걸 해보게 될 줄 몰랐는데 굉장히 떨렸고 많은 사람이 즐기는 모습 보면서 같이 즐거웠다. 정말 재밌는 마음으로 봤고 그날 팀이 이기기도 해서 잘 갔다고 생각한다.
박도현이 지난 4월 23일 열린 한화이글스의 야구 경기에서 시구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제공=한화생명e스포츠)
‘도란’ 최현준, ‘피넛’ 한왕호, ‘제카’ 김건우, ‘딜라이트’ 유환중과 함께 내년을 준비한다. 2024 시즌 한화생명 로스터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다.

굉장히 잘하는 선수들이 모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년 성적에 대한 갈망도 가득한 열정 있는 선수들이고 거기에 받쳐주는 실력이 있다. (2024 시즌) 정말 다 같이 좋은 성적 낼 수 있을 거 같다는 믿음이 든다.

블라디미르 등 비원딜 챔피언을 잘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법이 무엇인가? 또 다른 원거리 딜러와 구분되는 자신만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다른 건 없고 그냥 게임을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고 생각한다. 제가 하던 거라서 크게 거창한 이유는 없고 따로 연습한 것도 아니다. 그냥 예전부터 많이 했던 챔피언이라 익숙해서 잘 되는 것 같다. 제 강점은 어떤 메타나 어떤 상황이 닥쳐도 그거에 맞는 최선의 플레이를 항상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2024 시즌을 앞두고 대격변 패치로 바론 둥지, 맵의 동선 등이 크게 변한다. 이번 패치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한 번쯤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메타가 굳어진 채로 가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지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게 있어야 관심을 가지고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느꼈다. 제가 아직 플레이를 많이 해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초반부터 교전을 많이 하는 걸 바라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지루한 부분 줄이고 사람들이 볼 때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이번 패치가 한화생명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지?

음... 사실 (지금 시점에서)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해도 막상 해보면 아닐 때가 많더라. 섣불리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저희가 다 오래 프로 생활했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새로운 메타가 와도 적응하는 덴 크게 문제없을 것으로 본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작년에 이어 올해도 슈퍼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시즌 목표는 어디까지 인가?

개인적인 목표는 LCK 우승과 월즈(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우승으로 변함없다. 차근차근 한 단계 한 단계 밟다 보면 목표에 닿을 수 있다고 분명히 믿는다.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제는 뭐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스프링부터 월즈까지 굉장히 긴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지치지 않고 지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길게 보고 서로를 믿는 게 관건일 것 같다.

2024 시즌 가장 경계되는 팀이 있다면 어느 팀인가?

쉬운 질문인데 사실 T1이 가장 경계된다. 그냥 잘할 것 같다. 젠지 e스포츠나 다른 강한 팀도 많지만 (롤드컵 우승 로스터가 유지된) T1만큼은 아닌 거 같다

다른 선수들에겐 최종 꿈이라고 볼 수 있는 롤드컵 우승을 이미 해냈다. 조금 먼 이야기지만 앞으로 본인이 추구하는 프로게이머로서 최종 목표나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저는 월즈 우승 한 번 하려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우승하는 게 목표다. 처음 우승했을 때 느꼈던 감정이 두 번째, 세 번째에는 또 어떻게 다를지. 그리고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제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각오 또는 편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한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년뿐만 아니라) 매 시즌 팬분들이 편하게 보실 수 있게끔 열심히 준비하고 매판 최선을 다해서 포기하지 않도록 하겠다.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