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연기 퍼져 큰불 난 줄"…포항제철소 화재에 시민 불안(종합)

"아직 연기가 나네요.

아까는 불도 크게 보이더니 지금은 그나마 적게 보이네요. "
토요일인 23일 오전 10시쯤 경북 포항시 남구 해도동 형산강 둑에 서자 강 건너편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가 보였다.

한 주민은 "초기보다는 연기가 많이 줄었는데 처음에는 검은 연기가 퍼지고 불꽃도 보여서 큰불이 난 줄 알았다"고 전했다.

초기보다는 상당히 잦아들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옅어진 상태에서도 연기는 여전히 주변으로 퍼지고 있었다. 이 연기는 이날 오전 7시 7분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난 불로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애초 부생가스 배관이 파손돼 가스가 누출되고 스파크가 발생하면서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초기 조사를 거쳐 부생가스 배관 인근에 있는 산소배관 밸브가 파손되면서 충격으로 화재가 났다고 밝혔다. 포스코 측은 현재까지 산소배관 밸브 주변 화재로 인근에 있던 전선이 타면서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또 정전 이후 코크스 공장에서 사용하던 부생가스 농도가 높아져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 자동으로 부생가스 방산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부생가스는 제품 생산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가스다. 포스코는 이 가스를 이용해 발전한 뒤 공장 내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공장에서 쓰는 전기 중 한전 공급 전기가 30%, 부생가스 발전 전기가 70% 정도 차지한다"고 말했다.
방산작업 과정에서 가스 배관 화재와 별도로 공장 굴뚝 밖으로 불과 함께 검은 연기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대형 화재가 난 것이 아닌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경북소방본부에는 이와 관련한 신고 전화가 26건 이어졌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에 따른 순간정전으로 부생가스를 밖으로 태워서 내보내는 방산작업을 했고 올해 10월 10일에도 2코크스공장에서 방산작업을 했다.

이때도 발생한 불꽃이 제철소 내 여러 곳에서 포착되면서 공장 내 화재로 오인하는 일이 빚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방산작업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공장 내부에서 폭발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외부에서 보기에 불꽃과 연기로 보여 큰 화재로 인식될 수도 있으나 큰 화재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내에 정전이 발생하면서 포항제철소 공장과 떨어진 본사에도 전기 공급이 중단돼 직원들이 한동안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오전 9시 24분쯤 불을 모두 껐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포스코는 이날 오전 중 발전소 설비 8기 중 5기를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고 화재 원인이나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고로(용광로)나 파이넥스공장은 정상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량 감소로 일시 중단했던 다른 설비들은 순차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포항시는 포항제철소 화재와 관련해 신속대응반을 가동, 현황을 파악하고 환경 오염 피해 여부를 조사하도록 했다.

이강덕 시장은 "향후 포스코 조기 정상화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