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신선식품' 편식할 때, 쿠팡은 물류망 확대에 집중

로켓·새벽배송 희비 갈린 이유

쿠팡은 전국 물류망 구축한 뒤
생필품→신선식품 영역 키워가
사진=뉴스1
쿠팡이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건 2014년이다. 쿠팡의 강력한 경쟁자로 평가받던 컬리는 2015년 샛별 배송이라는 브랜드로 새벽 배송 시장을 구축했다. 출발 시기는 비슷했지만 쿠팡과 컬리의 현주소는 차이가 현격하다. 쿠팡이 연매출 30조원 규모에 흑자 전환까지 달성한 데 비해 컬리 매출은 올 3분기 누적 기준 1조5463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e커머스 유니콘이란 타이틀을 공유한 두 기업이 왜 이 같은 결과를 냈을까. 유통업계 전문가들이 꼽는 큰 차이는 ‘미래 비전’이다. 쿠팡은 ‘아시아의 리딩 유통기업’을 표방하며 상장 전에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비전펀드로부터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유치했다. 마켓컬리는 ‘신선 식품 큐레이션’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컬리가 상장 전 투자받은 금액은 2500억원이었다.선택과 집중의 역량에서도 차이가 났다. 쿠팡은 투자받은 돈을 전국 물류망을 구축하는 데 쏟아부었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TV 광고조차 하지 않았다. 컬리는 국내 e커머스업계에서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 브랜드 마케팅을 한 원조다. 출발점도 달랐다. 쿠팡은 기저귀 등 생필품에서 시작해 신선식품으로 확장한 데 비해 컬리는 신선식품에 특화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이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납품사와의 협상력 등에서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는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배송 인건비와 물류센터 투자비 등을 감안하면 1인당 4990원(와우 멤버십 회원료)을 받는 구조로 쿠팡이 흑자로 전환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며 “아마존은 플랫폼으로 성장하자 B2B(기업 간 거래)용 클라우드 서비스로 돈을 벌었고, 네이버 역시 쇼핑에 입점하려는 수많은 업체가 내는 광고로 돈을 번다”고 분석했다. 쿠팡은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데 성공했고, 컬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분투 중이라는 설명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