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차출 尹정부 장관·참모들, '양지' 아닌 '험지' 도전하나

원희룡, 계양을 출마 시사…박민식·방문규, 자갈밭 도전 예고
총선전 지휘 역할 한동훈, 비례대표 또는 수도권 출마 가능성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지명으로 윤석열 정부 장·차관과 대통령실 참모들의 총선 차출이 일단락된 가운데 이들의 출마 지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인지도와 정책 역량을 두루 갖춘 차출 인사들이 국민의힘 텃밭으로 인식되는 '양지'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수도권 '험지'나 그 밖의 전략적 요충지에 출마해 총선 승리를 견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더구나 한동훈 비대위가 민주당 주축인 '86'(1980년대 학번·60년대생) 세대와 대비시켜 '789'(1970·80·90년대생) 세대로 정치권 교체에 앞장서야 한다는 제안까지 제기된 터라 차출 인사들의 헌신을 요청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2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차출 장관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출마 지역을 당의 전략적 선택에 맡기고 '자갈밭' 도전을 준비 중이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일찌감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저격수를 자처하며 이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시사한 바 있다.

경기 성남 분당을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던 박민식 국가보훈처 장관은 최근 출마 지역구를 "당에 백지 위임하겠다"고 선언했고,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영등포을 출마를 당이 요청하면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박 장관이 86 운동권 세대인 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맞붙게 함으로써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공략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요청에 따라 최근 개각 추가 명단에 오른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고향인 수원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방 장관 등을 앞세워 수원 교두보를 확보, 민주당이 장악한 경기 남부 벨트에 여당 깃발을 꽂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비례대표 의원 출신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일각에서 제기된 서울 서초을·경기 분당을 출마에 최근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국회 복귀를 예고한 박진 외교부 장관의 경우 출마 지역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선 박 장관의 현 지역구인 서울 강남을 재도전 가능성과 함께 수도권 험지 출마설도 거론된다.
일부 장관들의 경우 연고를 강조하며 '텃밭'에 출마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부산이 고향인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산 사하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사하갑은 민주당 재선 최인호 의원이, 사하을은 국민의힘 5선 조경태 의원이 현역으로 있다.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국민의힘 3선 하태경 의원이 수도권 출마를 예고하면서 공석이 된 해운대갑 출마가 거론된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 중에서는 김은혜 전 홍보수석 출마지가 관심이다.

여권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김 전 수석이 지난 총선서 국민의힘이 '완패'한 수원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왔다.

다만 최근 방 장관과 더불어 총선 영입 인재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수원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김 전 수석은 분당을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의힘 사령탑 취임을 앞둔 한동훈 지명자의 경우 전국 선거를 지휘해야 하는 역할을 맡은 만큼 비례대표 당선 가능 순번을 받거나 수도권의 상징적인 지역에 출마하는 방안 등 여러 의견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