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노동시장 뒤흔들 사건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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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올 한해도 법리적으로 의미가 있고, 사회적 파급력이 큰 굵직한 노동사건들이 많이 있었다. 확정된 사건에서는 그 결론에 따라 이슈가 정리되어 기업들은 이에 대비하여 필요한 변화 또는 점검을 해야 하고, 진행 중인 사건들에서는 좀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내년에는 과연 어떤 사건들이 주목을 끌지 전망해본다.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3대 노동사건의 결말먼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3대 노동사건이다. (1)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원청의 단체교섭의무 사건, (2) 통상임금의 재직자 요건 사건, (3) 사기업 성과급 사건이다. 이들 사건들을 대법원에서 수년 째 심리를 계속하고 있는 사건으로, 적어도 1건 정도는 올해 선고가 될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모두 해를 넘기게 되었다.
(1)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원청의 단체교섭의무 사건은, 올가을 노란봉투법이 이슈되었을 때 본 것처럼 그 결론에 따라 기존의 노동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고, 노사관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 결론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2) 통상임금의 재직자 요건 사건은, 대법원이 기존에 정립한 ‘재직자 요건 = 고정성 부정’ 법리를 번복할 것인지가 관건인 사건으로, 그 결론에 따라 과거 대법원 판례를 참고하여 재직자 요건 등을 통하여 통상임금 문제를 정리하였던 많은 회사들에 미치는 효과가 엄청날 수 있다. 실제로 동일한 쟁점의 여러 사건들이 하급심에 계류 중이고, 대법원의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온 산업계에 들불처럼 번진 통상임금 분쟁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한번 정리된 바 있는데, 재직자 요건이 있더라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통상임금 분쟁 '시즌2'가 될 수도 있다.(3) 사기업의 성과급 사건 역시 결과에 따라 그 파급력이 엄청날 수 있는 사건이다. 성과급이 임금으로 인정되면, 평균임금에 포함시켜 퇴직금을 다시 계산하여 차액분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게 되고, 향후에도 계속 평균임금에 산입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하급심에 여러 사건들이 계류 중이고, 대법원의 결론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사건들은 법리적으로도 복잡하고 어려운데다 그 파급력 또한 상당하기 때문에 좀더 심리에 시간이 필요할 수 있고, 내년에도 결론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차별 관련 분쟁의 확대
차별 관련 분쟁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차별은 기간제법상 차별, 파견법상 차별, 남녀고용평등법상 차별, 근로기준법상 차별 등에서 주로 문제가 되고, 관련 분쟁이 꾸준히 있어왔다. 분쟁에서는 비교대상 근로자의 존재 및 특정, 차별의 대상 및 범위, 합리적 이유 등이 주된 쟁점이다. 이 중 비교대상 근로자의 존재 및 특정과 관련하여,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비교대상 근로자가 되고, 노동위원회가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비교대상 근로자를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실제 존재하는 근로자만이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있는지 문제되어 왔다.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은 기간제법상 차별시정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비교대상 근로자를 판단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가 실제 존재하지 않고 직제상으로만 상정할 수 있을 뿐 근로자로 특정한 것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23. 11. 10. 선고 2019두53952 판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기본 법리로 하고, 이를 규범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리고 이러한 규범적 판단은 앞으로 기간제 뿐만 아니라 차별이 문제될 수 있는 다른 영역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비교대상 근로자의 특정은 차별 여부 및 차별의 합리성 판단의 전제가 되므로 차별시정 사건에서 가장 선행적인 쟁점인데, 이제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게 되어 차별을 주장하는 측에서 차별시정 제도의 활용이 용이하게 되고 입증의 부담 또한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기간제근로자 등을 사용하는 기업으로서는 차별적 요소가 존재하는지 점검해보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직장내괴롭힘·임금피크제…판단기준 정립될 듯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원의 선례가 축적되면서 일정한 기준이 정립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법제화 되면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직장 내의 개인적인 다툼이나 갈등, 세대차이까지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비화되어 직장 분위기가 경색되고, 신고될까 무서워서 일을 못하겠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회사의 인사조치가 예상될 경우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이에게는 불이익을 주면 안된다는 규정을 이용하여 일단 신고부터 하고 보는 악용사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그런데 하급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려면 지속성과 반복성이 필요하다는 판결을 선고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들에 관한 선례가 축적되고 있고, 내년에도 관련 선례들을 통하여 일정한 판단기준이 정립되어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적정한 범위에서 운용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다수의 선례들이 축적되어 유효성이 인정될 수 있는 유형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많은 기업들이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는데, 특히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제도를 개편하라고 규정한 법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으므로, 이러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주로 소송에서 문제되어 왔다. 그리고 상당수 하급심 판결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감액폭이 지나치다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없는 한 대체로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고, 이러한 경향은 내년에도 계속되어 어느 정도 예측가능성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