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원치 술 벌컥…알고보니 미성년자 "부모가 고소했어요"
입력
수정
성탄절 연휴에 식당 들어와 주류 시킨 미성년자성인인 척 술을 마신 미성년자 때문에 연말연시 대목을 앞두고 영업정지를 당한 자영업자의 사연이 알려졌다.
"부모가 전화해 욕설 퍼붓고 고소했다"
지난 24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고 고소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작성자는 "23일 토요일 저녁 장사가 시작됐고 온라인으로 예약한 여자 손님 2명이 착석했다"며 "염색한 긴 생머리가 가슴까지 내려오고, 화장에 핸드백까지 들었다. 쇼핑백까지 들고 있어 스무살은 넘어 보였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심할 생각도 못 하고 그들이 주문한 술과 음식을 내줬다"며 "이건 제 불찰이 맞다. 금요일과 주말에는 늘 (미성년자 손님이 올까 봐) 긴장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손님이 정신없이 들어와 실수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술을 시킨 손님 2명이 술을 따르고 마시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작성자에 따르면 그들이 주문한 술과 음식은 14만4000원어치였다.결제를 마치고 두 손님이 떠나자, 작성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손님의 부모였다. 부모는 전화로 온갖 욕을 퍼붓고서는 고소하겠다고 협박했고, 결국 고소를 진행해 작성자는 곧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작성자는 "청소년에게 술을 제공한 것은 제 잘못이 맞다"면서도 "영업정지 처분과 과징금은 저와 직원들, 아르바이트생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은 다음 날 생각도 안 날 장난일지 모르지만 추운 날 발이 얼도록 고생하는 직원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속상하고 원통하다"며 "왜 유해하다는 미성년자 술·담배에 대한 처벌이 판매자에게만 있느냐. 구매자인 청소년은 아무런 조치도 없냐"고 지적했다.이어 "어른 같은 모습에 속아 두 달씩 영업정지 당하는 자영업자는 그냥 죽으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이 같은 사연에 동료 자영업자들은 "부모도 똑같다. 왜 엄한데 화풀이하냐", "요즘 미성년자들은 학생으로 안 보인다"며 공감했다.
다만 작성자가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자영업자는 게시글의 댓글을 통해 "위조 신분증에 당했다면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나이 생각 말고 무조건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