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BNP파리바·HSBC 등 260억대 과징금…"역대 최대"
입력
수정
금융감독당국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고의적으로 상습 불법 공매도를 한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과 공매도 주문을 받아 이행한 한 국내 수탁증권사 등 세 곳에 대해 총 265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매겼다. 당국이 2021년 4월 공매도 제한 위반에 대한 과징금 제도를 도입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증선위는 “글로벌 IB 2개사가 장기간에 걸쳐 무차입 공매도 주문·수탁을 한 건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공매도 제한 위반으로 판단했다”며 “이는 자본시장 거래 질서와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사안으로, 공매도 과징금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해 엄정히 제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BNP파리바 홍콩법인은 이렇게 부풀린 주식 수를 바탕으로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주문 다음날부터 실제 주식 잔량과 공매도 체결 수량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사후에 주식을 추가로 빌려 부족한 수량을 채웠다. BNP파리바가 조사 기간인 2021년 9월부터 작년 5월까지 가장 많이 불법 공매도한 주식은 카카오였다. 카카오 주가는 해당 기간 약 47% 급락했다.
증선위는 홍콩 HSBC에 대해선 수십억원 규모 과징금을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HSBC는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냈다. 향후 차입할 수 있다고 판단한 주식 수량을 기준으로 공매도 주문을 넣는 행위를 상습 반복하는 식이었다. 증선위는 각 사가 자신들의 거래 방식이 국내 증시에서 불법임을 알면서도 지속 방치한 것으로 판단했다. 단순 실수가 아니라 고의성이 있는 불법행위를 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들 회사가 수수료 수익을 키우고 차입 비용은 줄이기 위해 이같이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매도 가능 물량을 부풀리면 기관투자가와 스와프 계약을 더 많이 체결할 수 있어 수수료를 늘릴 수 있다. 주식을 미리 확보하지 않은 채 최종 주문 체결량에 따라서만 사후 차입하면 차입 비용이 줄어든다.
증선위는 이어 “무차입 공매도 등 자본시장법상 공매도 위반에 대해선 엄중한 제재가 이뤄지고 있고, 수탁 증권사에게도 법적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외국 금융기관과 국내 금융회사 모두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를 강화하고 임직원 교육 등에 만전을 기하라”고 경고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1년 이상 유기징역 혹은 이익금액의 세 배 이상 다섯 배 이하로 벌금 등 형사처벌을 내릴 수 있다. 증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당국은 각종 불공정거래와 공매도 제한 위반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불법 공매도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관련 전산시스템 구축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증선위, 불법 공매도에 역대 최대 과징금 의결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 22일 임시 제2차 증선위 회의에서 이같은 조치를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증선위는 BNP파리바 홍콩법인, BNP파리바가 국내 지점격으로 두고 있는 서울 소재 BNP파리바증권, HSBC 홍콩법인 등에 대해 과징금 총 265억2000만원을 부과했다. 이들은 주식매매 결제일이 매매체결 이틀 후라는 점을 악용해 국내 110개 종목에 대해 총 560억원 규모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이 적발돼 이같은 조치를 받았다.증선위는 “글로벌 IB 2개사가 장기간에 걸쳐 무차입 공매도 주문·수탁을 한 건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공매도 제한 위반으로 판단했다”며 “이는 자본시장 거래 질서와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사안으로, 공매도 과징금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해 엄정히 제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BNP파리바 홍콩, 100억 넘는 과징금 내야
세 회사 중 가장 큰 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은 곳은 BNP파리바 홍콩법인이다. 개별 과징금 규모가 11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BNP파리바 홍콩법인은 2021년 9월부터 작년 5월까지 카카오 등 국내 주식 총 101개 종목을 약 400억원 규모로 무차입 공매도했다. 내부 부서끼리 주식을 차입하는 구조를 악용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특정 주식 100주를 보유한 A부서가 B부서에 50주를 빌려주고, 내부 차입 내역을 기록하지 않은 채 중복 계산해 사내 주식 보유 잔량을 150주로 인식하는 식이다.BNP파리바 홍콩법인은 이렇게 부풀린 주식 수를 바탕으로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주문 다음날부터 실제 주식 잔량과 공매도 체결 수량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사후에 주식을 추가로 빌려 부족한 수량을 채웠다. BNP파리바가 조사 기간인 2021년 9월부터 작년 5월까지 가장 많이 불법 공매도한 주식은 카카오였다. 카카오 주가는 해당 기간 약 47% 급락했다.
증선위는 홍콩 HSBC에 대해선 수십억원 규모 과징금을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HSBC는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냈다. 향후 차입할 수 있다고 판단한 주식 수량을 기준으로 공매도 주문을 넣는 행위를 상습 반복하는 식이었다. 증선위는 각 사가 자신들의 거래 방식이 국내 증시에서 불법임을 알면서도 지속 방치한 것으로 판단했다. 단순 실수가 아니라 고의성이 있는 불법행위를 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들 회사가 수수료 수익을 키우고 차입 비용은 줄이기 위해 이같이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매도 가능 물량을 부풀리면 기관투자가와 스와프 계약을 더 많이 체결할 수 있어 수수료를 늘릴 수 있다. 주식을 미리 확보하지 않은 채 최종 주문 체결량에 따라서만 사후 차입하면 차입 비용이 줄어든다.
“불법 공매도, 수탁 증권사도 처벌 예외 아냐”
증선위는 이날 국내 소재 BNP파리바증권에 대해서도 수십억원 규모 과징금을 의결했다. 공매도 주문을 넣은 주체가 아니라 주문을 받아 수행하는 국내 증권사에게 강력 조치를 적용한 이례적인 사례다. 증선위는 이에 대해 “주문사의 공매도 포지션과 대차 내역을 매일 공유받고, 결제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잔고 부족이 지속 발생했는데도 원인파악과 예방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며 “이런 식으로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지속적으로 수탁해 중대한 자본시장법 위반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증선위는 이어 “무차입 공매도 등 자본시장법상 공매도 위반에 대해선 엄중한 제재가 이뤄지고 있고, 수탁 증권사에게도 법적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외국 금융기관과 국내 금융회사 모두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를 강화하고 임직원 교육 등에 만전을 기하라”고 경고했다.
검찰 고발…형사처벌도 추진
증선위는 이날 BNP파리바 홍콩법인과 홍콩 HSBC를 검찰 고발하겠다고도 밝혔다. 검찰을 통한 형사처벌도 추진한다는 얘기다.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1년 이상 유기징역 혹은 이익금액의 세 배 이상 다섯 배 이하로 벌금 등 형사처벌을 내릴 수 있다. 증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당국은 각종 불공정거래와 공매도 제한 위반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불법 공매도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관련 전산시스템 구축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