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한다

올 신생아, 53세 인구의 4분의 1
세대 간 갈등은 상상 초월할 것

주거·육아 환경 개선 집중 필요
인구 감소도 시장의 실패와 비슷
할 수 있는 모든 방법 동원해야

김동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분위기로 인해 1970년 100만 명을 웃돌던 출생아 수가 지난해 말 25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합계출산율이 약 0.7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보였다. 2023년 기준으로 만 53세 인구가 신생아 수의 네 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모든 나라가 다 이렇지는 않다. 미국은 합계출산율이 약 1.7명 정도로 연령별 인구구조가 안정적이다. 초고령사회로 2010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일본조차 합계출산율이 1.26명 정도라고 한다. 얼마 전 “국가 소멸? 내가 힘든데 그게 중요해?”라며 환경에 적응하는 젊은 세대가 합리적이라고 언급한 생물학자가 있었다. 필자 또한 젊은 세대의 미래에 대한 불안에 동감한다. 부모의 도움이 없으면 결혼해 자기 집을 장만하기 어렵고, 아이를 갖게 되면 교육비 부담으로 아파트 구매는커녕 평생 대출을 끼고 살아야 한다. 넉넉한 집이 아니라면 결혼과 출산은 곧 하우스푸어, 에듀푸어를 의미한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지속가능하지 못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이제 한가로운 걱정이 됐다. 신생아 인구가 53세 인구의 4분의 1 수준이라면 세대 간 갈등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국가 재원은 유아 및 학령인구에 분배되기보다 고령인구의 복지에 더 많이 분배될 것이고, 적은 수의 젊은 세대가 많은 수의 고령 세대를 위해 납세 부담을 져야 한다. 빠른 경제 성장의 이면에 우리가 간과한 문제가 오늘날 스스로의 모순으로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게 됐다. 한편에서는 산업구조 고도화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인구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지만 인구 감소 문제와 별개로 산업구조 고도화 또는 산업경쟁력 강화는 그 자체만으로 버거운 과제다. 다른 한편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고 이민자 정책을 추진하며,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정년 연장을 통해 생산가능인구를 확보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젊은 세대들이 결혼하고 출산할까?정부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정책 시그널이 필요하다. 시장 중심의 자유경제주의가 효율적이고 합리적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실패를 경험하는 일이 있다. 누구나 도로와 교량, 전기, 통신 등의 인프라가 지속해서 구축되고 개선돼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개개인은 이를 위해 세금을 더 내는 일에 관심이 없다.

인구 감소도 이 같은 시장의 실패와 비슷하다고 본다. 개개인에게는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 이유가 사라지고 있지만, 사회 지속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것은 이미 여러 해 동안 정부가 추진해 왔지만 젊은 세대에게 결혼하고 출산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에 지금 필요한 것은 대부분의 평범한 젊은 세대가 자기 소득으로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고, 지속적인 소득 활동으로 출산과 육아, 교육을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이다.

얼마 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결혼한 지 5년 미만인 신혼부부 중 주택 소유 부부의 유자녀 비중이 59.6%로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신혼부부의 유자녀 비중보다 약 10.1% 포인트 높다고 한다. 또한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세종시가 합계출산율 1.21명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한다. 필자가 사는 세종시는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비해 주택 가격이 저렴하고 주택 공급량이 안정적이며, 공공 유치원 시설이 많이 구축돼 육아 환경이 우수하다. 충분한 육아시설은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해 준다. 여기서 무언가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해법이 되고 저것은 될 수 없다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얻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가장 먼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출산율 제고를 위해 모든 가능한 정책 수단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래야 미흡하지만 인구절벽을 점진적 인구 감소로 겨우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자로서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 이슈에 골몰하다가 30년 뒤의 한국의 모습을 떠올리면 ‘우리가 지속가능한가?’ 하고 스스로 묻게 된다. 당장 눈앞의 일도 중요하지만 보다 멀리 보고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야 할 때다. 많이 늦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