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자연서 영감 얻는 '청색기술'이 새 성장동력 될 것"

거미줄 모방한 스핀텍스 섬유
야자수 닮은 풍력 터빈 날개 등
인간 중심 인더스트리 5.0 돼야
“자연은 최고의 선생님입니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거나 생물을 모방하는 친환경 기술이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과학 정책을 ‘인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청색기술론(blue technology)’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진지했다.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사진)은 저서 53권을 출간하며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제47회 한국출판문화상 등을 받은 ‘글쟁이’다.그의 이력은 ‘찐 이과’라 부를 만하다. 2008년 서울대 자랑스러운 전자동문상을 받은 공대 출신이다. ‘국내 1호 과학 칼럼니스트’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정보기술(IT)과 과학 분야 지식이 해박해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을, 박근혜 정부에선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을 지냈다.

꾸준히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과 미래 기술을 소개하는 글을 써온 이 소장이 최근 <인더스트리 5.0>이라는 책을 펴냈다. 최근 서울 역삼동 자택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소위 ‘청색기술’이 인더스트리 4.0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책의 요지를 설명했다.

인더스트리 4.0은 독일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바프가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탄생한 개념이다. 제조업 같은 전통 산업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생산 시설을 자동화하고 지능형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공장으로의 진화를 촉구하는 것이 핵심이다.이 소장은 신간을 통해 “인더스트리 4.0에는 인간이 없고 오직 기계뿐”이라고 비판하며 인더스트리 5.0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인더스트리 4.0의 한계를 보완한 인더스트리 5.0은 인간 중심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은 물론 회복탄력성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인더스트리 5.0의 핵심은 청색기술이다. 그가 만든 용어인 청색기술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거나 생물을 모방하는 친환경 기술을 일컫는다. 야자수를 모방한 풍력 터빈 날개나 플라타너스 씨앗 꼬투리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천장용 선풍기, 거미가 거미줄을 만드는 방식을 모방해 만든 스핀텍스 섬유 등이 대표적이다. 인간과 기계의 장점을 상호 연결하는 인간 중심 기술이 청색기술이고, 이것이 곧 인더스트리 5.0의 핵심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기후 위기는 청색기술이 적용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라며 “미래 경제의 중심은 청색기술을 바탕으로 한 ‘청색경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