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에 수영장, 영화관…재건축 아파트 분담금 '눈덩이' [최원철의 미래집]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늘어난 재건축·리모델링 분담금
실용주의적 접근 필요
홍콩 주거지 아파트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층 건물과 멋진 야경으로 유명한 홍콩은 최근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홍콩 공항은 확장 공사를 하고 있고, 공항 주변 신도시에는 55층 넘는 초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 문화복합시설 엠플러스(M+)도 들어서서 수많은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홍콩 곳곳에서 공사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주거용 아파트들입니다. 홍콩 도심의 아파트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기로 유명합니다. 3.3㎡에 1억원은 기본이고 4억원이 넘는 아파트도 즐비합니다. 밤에는 멋진 야경도 선보입니다.그렇기에 처음 홍콩으로 견학을 가는 우리나라 정부나 건설사 관계자 중에는 야경 사진으로만 보던 멋진 아파트를 둘러볼 생각에 큰 기대를 품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 도착하면 경악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우리나라 1기 신도시 아파트 보다 더욱 노후됐기 때문입니다.

현지 규제 때문에 에어컨 실외기도 아파트 외벽에 설치합니다. 그렇기에 홍콩에선 오래된 아파트 외벽에 에어컨 실외기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새로 짓는 55층 아파트도 이러한 규제에서 예외가 아니기에 외벽이 에어컨 실외기로 장식될 전망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배관설비도 외벽에 그대로 노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설비들을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건물 수명과 비교하면 소모품이나 다름없는 설비가 많으니, 필요할 때마다 간편하게 교체하라는 실용주의를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홍콩 아파트들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요. 우리 정부는 지은 지 30년이 지난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만들 방침입니다.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에 뒤따르는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이미 공사비 증가 여파에 분담금이 크게 늘면서 공사가 멈추는 아파트가 생기고 있습니다. 용적률을 이유로 리모델링을 선택하더라도 결국 분담금은 재건축과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불어납니다.

재건축한 아파트들을 살펴보면 대단지에는 수영장, 영화관, 도서관 등이 포함된 초대형 커뮤니티 시설이 빠지지 않고 조성됩니다. 누가 사용할지도 모르는 시설들 때문에 분담금도 비싸고 관리비도 많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도 벽식구조를 고집하니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나중에 배관을 바꾸기도 어려워 20년만 넘으면 녹물이 나오는 형편입니다.그렇다 보니 요즘에는 급매로 나오는 구축 아파트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고, 대대적으로 인테리어를 하면 새집과 같이 살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재건축이 추진된다고 하여도 이주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테니, 돈 들여 공사를 하고 새집에서 살겠다는 것입니다.

당분간 고금리가 유지되고 건설공사비도 계속 오르면 재건축 분담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것입니다. 자칫 무리한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진행되면 기존 거주자들이 현금청산의 대상으로 내몰리기도 합니다.

아파트가 낡았다고 무조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선택하기보단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지, 실용성을 따져 고민하실 필요가 있습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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