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성 박테리아를 더 쉽고 빠르게 배양할 수 있는 방법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개발했다. 26일 UNIST에 따르면 생명과학과 로버트 미첼 교수팀은 '살아있는 항생제'인 포식성 박테리아를 활용하기 위한 대량 배양법과 생산 기술인 '원-팟(One-pot) 배양' 시스템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포식성 박테리아 중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델로비브리오 박테리오 보루스 HD100'(Bdellovibrio bacteriovorus HD100)의 배양법을 연구했다.
델로비브리오는 다른 박테리아 안으로 들어가 그 박테리아를 분해하고 먹으면서 성장한다. 이런 특성을 '슈퍼 박테리아'라고 불리는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는 데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기존에 포식성 박테리아를 배양하기 위해서는 대장균을 배양한 뒤 대장균 세포만을 분리했다.
이를 다시 포식성 박테리아 배양액인 HEPES에 희석해 포식성 박테리아를 넣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위해 각기 다른 플라스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48시간 이상의 배양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원-팟 배양' 시스템은 포식성 박테리아와 먹이가 되는 박테리아의 성장 특성을 분석해 두 세균을 처음부터 동시에 배양한다.
배양액의 pH, 삼투압 등 여러 조건을 최적화해 24시간 안에 박테리아를 배양할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소량의 박테리아 배양을 통해 시스템의 성능을 입증했으며, 발효 반응기를 활용한 대량 배양에도 성공했다. 특히 기존에는 플라스크에 56억마리/mL 농도로 배양할 수 있었던 것을 70억마리/mL 농도로 약 25% 높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로버트 미첼 교수는 "이번 연구로 델로비브리오를 더 쉽고 빠르게 배양하는 게 가능해져 살아 있는 항생제로서의 사용 가능성을 높였다"며 "또 환경 조건에 민감한 포식성 박테리아를 산업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생산 기초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지난 15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 창의도전연구기반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