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8%씩 손해…"나스닥100 ETF 환헤지(H) 장투시 조심해야"

숨어있는 ETF 환헤지 비용
연간 2~3%에 달해

환상품도 분산 추천
올해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근처에서 횡보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환헤지 상장지수펀드(H)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원달러 환율의 장기 평균이 1100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환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요 상품의 숨겨진 환헤지 비용이 현재 연 2~3% 수준으로 매우 높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헤지 ETF 선택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S&P500 환헤지 ETF 투자시 연 2.5% 손해

26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S&P500 ETF를 환헤지한 상품의 경우 실제 S&P500 ETF 순수 투자수익률과 비교해 연 2.5% 가량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조사기간인 2022년 12월~2023년 11월 사이(12개월) 국내 상장 S&P500 ETF의 환율효과를 배제한 순수수익률은 10.9%였다. 환율 변화로 인한 수익이나 손실을 제외하고 S&P500내 기업들의 주가 변화로 인한 수익만을 계산한 수치다.하지만 환헤지 상품인 S&P500 ETF(H)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8.4% 였다. 이론적으로는 환율효과를 제거한 순수수익률과, 환율변화를 배제한 환헤지 상품의 수익률은 같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환헤지 비용으로 인해 수익의 차이가 벌어진 셈이다. 1년에 2.5% 포인트를 환률 변동을 헤지하는데 사용한 것이다.

나스닥100 상품도 마찬가지였다. 조사 기간(2022년 12월~2023년 11월) 국내상장된 나스닥100 ETF 상품의 환율조정수익률은 28.6%였는데 환헤지 상품인 나스닥100 ETF(H)의 수익률은 25.8% 였다. 연 2.8%를 환헤지를 위한 비용으로 쓴셈이다.

이밖에 미국 인덱스형, 미국 채권형 등의 상품들도 연 2~3% 수준을 헤지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한미금리 격차 수준으로 결정되는 환헤지 비용

연합뉴스
한미 금리 역전 현상으로 인해 환헤지 비용이 치솟았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경우 자산운용사는 투자자에게 받은 원화를 현재 환율로 환전해 해외 자산을 매입한다. 이렇게 되면 환 시장에선 현물 달러에 대해 매수 포지션을 갖게된다.

환헤지를 위해서 운용사는 동시에 선물환을 매도한다. 달러 선물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갖게 되면서 포지션 청산(달러 현물 매수, 달러 선물 매도)으로 인한 헤지가 이뤄진다. 다만 달러 현물의 환율과 달러선물의 환율 사이의 격차가 발생하는데 이 차이가 환헤지 비용이다. 달러 현물 환율이 달러 선물 환율보다 높을수록 비용은 커진다. 이 격차는 원화를 이용하는 한국과 달러를 이용하는 미국의 기준 금리 차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미국 금리가 더 높을수록 현물 달러와 비교한 선물 달러의 환율이 낮아진다. 이때 달러 현물 매수, 달러 선물 매도의 헤지를 하면 환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효과가 생긴다.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아질수록 환헤지 비용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한국의 금리가 더 높은 경우 환헤지 비용이 아닌 환헤지 수익이 생긴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3.5%, 미국의 기준금리는 5.5%다.


○"환상품도 분산해야"

환헤지 비용은 ETF 상품 설명 등에는 나오지 않는 숨은 비용이다. 연 2~3% 수준은 장기 투자의 복리 효과를 크게 저해할 수 있는 수준인만큼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수치이지만, 따로 표시되지 않는 비용이라 투자자들 대부분이 놓칠 수 밖에 없다.한미금리 역전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높은 비용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환의 경우에도 분산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각국의 기준금리, 환율 등의 거시 변수는 예측이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같은 종류의 ETF라도 환노출 상품과 환헤지 상품을 동시에 담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비용과 리스크를 분산하라는 의미다.

3년 이상의 장기투자의 경우 차라리 환노출 상품을 선택하라는 의견도 많다. 높은 환헤지 비용을 피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볼때 환율과 미국 주가지수는 음의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으로 S&P500이나 나스닥100을 장기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올해와 같이 매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장기적으로 보면 환율이 떨어질때 미국 주가지수는 상승세를 보이고, 환율이 올라갈때는 미국 주가지수가 하락기인 경향이 있어 장기투자는 환을 열어두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