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한국화 테러리스트, 동서양 경계 허물다…황창배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한국 화단의 테러리스트.’

소정(素丁) 황창배를 논할 땐 항상 이런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전통을 중시하는 한국화에 ‘테러’라고 할 만큼 과감하고 파격적인 기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한국화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1947년 서울에서 태어난 황창배는 1966년 서울대 미대 회화과에 입학했다. 그의 재능은 미술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재학 시절 연극반과 미식축구반에서 활동했고, 미대 극예술연구회를 구성해 직접 연출자와 배우로 나섰다.

그가 화단에 이름을 알린 건 1977년 국전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받으면서다. 1978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선 한국화 분야 최초로 대통령상을 탔다.

1980년대는 ‘황창배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그의 전성기였다. 그는 동양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서양화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아크릴과 유화 물감을 썼다. 흑연, 연탄재 등을 사용하기도 하고 물감을 흩뿌리거나 나이프로 긁어내는 등 과감한 시도를 이어갔다. 황창배는 2001년 53세라는 이른 나이에 담도암으로 작고했다. 최근 들어 그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 ‘필묵변혁’ 전시가 내년 1월 14일까지 열린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