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인 신상까지 턴다"…미중 갈등, 이번엔 AI 첩보전 [

AI 패권전쟁 격화

무작정 정보 훔치기 바빴던 중국
AI로 건강·신용 등 개인별 분석
수억개 데이터 간 연관성 찾아내
자국 내 美스파이 색출에 활용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이 첩보전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이 AI 기술을 활용해 정보의 질까지 제고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사진은 2021년 4월 중국 베이징 바이두 본사에서 한 직원이 AI 로봇을 조종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각종 개인과 기업 정보 및 AI 기술을 무작위로 빼내 가는 데 그쳤다면, 최근엔 AI 기술로 해당 내용을 퍼즐로 맞춰가며 정보의 질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은 건강 정보와 여권 기록 등을 활용해 중국 내 미국 첩보원을 가려내거나 미국 고위 공무원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中, 美 산업 전방위 AI 기술 탈취 시도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기업 가운데 애플은 중국의 기술 탈취 주요 대상이다. 내년 2월 법원 최종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장샤오량 전 애플 엔지니어는 애플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몰래 빼내려다가 체포됐다. 그는 2018년 애플의 자율주행차 회로기판 정보를 자신의 노트북에 다운로드한 뒤 중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공항에서 붙잡혔다.

장샤오량은 2015년 12월 애플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에서 하드웨어 개발 엔지니어로 채용돼 회로기판을 설계하고 테스트하는 역할을 맡았다. 2018년 4월 출산 휴가차 중국에 다녀온 뒤 중국의 전기차 기업인 샤오펑모터스에 입사하기 위해 퇴사하겠다고 말하면서 애플 보안팀의 추적을 받았다. 그는 유죄를 인정했다.

미국 반도체 장비회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자사의 전직 엔지니어가 중국 소유의 경쟁사 매트슨테크놀로지에 이직하기 전에 AI 관련 영업 기밀을 훔쳤다며 매트슨테크놀로지를 고소했다.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본사를 둔 매트슨테크놀로지는 2016년 베이징의 투자 기관이 인수했으며, 현재 베이징시가 회사 지분의 약 45%를 소유하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전체 직원의 노트북에 대한 포렌식 조사에서 한 직원이 회사 기밀을 중국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다.

미국인 데이터 수집·비축

FBI는 중국이 AI 기술을 단순히 훔치는 데서 나아가 미국인의 데이터를 타깃별로 정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과거엔 수십억 개 데이터를 탈취했지만 정보량이 너무 많고 이를 활용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AI 기술로 이들 정보를 가지고 의미 있는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이 세계 최대 호텔 그룹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과 소비자 신용정보 회사 에퀴팩스 등에서 수억 건의 고객 기록을 빼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인사관리처의 전·현직 공무원과 그 가족에 대한 2000만 건 이상의 인사 파일 해킹에도 중국 정부가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가안보국(NSA) 법무 자문위원을 지낸 글렌 거스텔은 “중국은 사실상 모든 미국인의 건강 기록부터 신용카드 정보, 여권 번호, 주소까지 세부 사항이 담긴 정보 파일을 구축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이 도난당한 고객들의 여권 정보는 미국 정부 공무원의 해외 동선을 파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중국 내 미국 첩보원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도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부회장도 중국이 이미 AI를 활용해 막대한 개인정보를 유의미한 정보로 결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미스 부회장은 2021년 MS의 이메일 서비스 서버 수만 대가 중국과 관련된 공격을 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는 매우 특정한 표적을 노리는 행위의 명확한 징후를 봤다”고 설명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