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2조 증발했다…中 한마디에 개미들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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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온라인 게임 수익 창출 규제안 발표에…중국 정부의 온라인 게임 규제 여파로 국내 대형 게임주의 시가총액이 이틀 만에 2조원 이상 증발했다. 게임주는 지난달 일제히 상승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다시 투자자들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전문가들은 게임 장르별로 이번 규제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봤다. 게임 업계에선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중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 위기를 극복하겠단 방침이다.
KRX 게임 TOP 10 지수, 이틀 간 6% '하락'
"게임주 모멘텀 없어 투자 신중해야" vs "규제 영향 제한적"
게임 업계선 탈중국 흐름 강화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게임 TOP 10 지수'는 최근 2거래일 새 6.02% 하락했다. 이 지수는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대형 게임주 10곳으로 구성됐다. 이틀간 지수 구성 종목의 시가총액은 30조5295억원에서 28조5102억원으로 2조원 넘게 쪼그라들었다.주가를 끌어 내린 건 중국의 게임 규제다. 지난 22일 중국 게임 규제 기관인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온라인 게임 수익 창출 규제안을 발표했다. 날마다 로그인하는 게이머에게 보상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게이머의 지출에 대한 상한선을 정해놓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중국과 국내 게임주는 폭락했다. 그러자 다음날인 23일 중국 당국은 게임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해 개선된 규제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지난 25일에는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게임 105종에 대거 내줬다고 공개했지만 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크래프톤 종목토론방의 한 네티즌은 "크래프톤 같은 우량주가 중국 규제 한 방에 이렇게 폭락할 줄은 몰랐다"며 한탄했다. 규제 발표전 10조원에 육박했던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은 8조원대로 내려앉았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를 통해 크래프톤에 투자한 3만1411명 중 99.63%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손실률은 51.5%로 반토막이 났다.이번 조치로 국내 게임사의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시장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게임의 국가별 수출 비중은 중국이 34.1%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줄어든 후 게임주에 접근할 것을 권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판호 발급에 따른 기대감이 향후 게임주의 주가에 반영될 수 있지만, 최근 중국 시장에서 국내 게임의 흥행률이 낮은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낮은 이익 배분율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 출시로 큰 실적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게임들의 실적 기여도가 큰 대형사일수록 중국 출시에 따른 실적 기여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며 "규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게임사의 모멘텀이 부족해 불확실성 제거 이후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일각에선 우려가 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규제가 역할수행게임(RPG)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 다른 게임의 수익구조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규제의 목적은 게임 업종에 대한 탄압보단 수익구조 계도에 있다"며 "중국 시장에서 RPG 장르로 수익을 올리는 국내 상장 게임사는 사실상 없기에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주가 급락 사태를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업종 내 최선호주로 크래프톤과 위메이드를 제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크래프톤의 화평정영(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은 유저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타 장르 대비 낮아 이번 규제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위메이드의 경우 이번 규제안으로 비즈니스 모델(BM)을 전반적으로 수정해야 하겠지만 미르 지식재산권(IP)의 흥행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게임 업계선 '차이나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비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7년 한한령 이후 게임사도 중국에서 한 방을 노리기보단 유럽·남미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게임을 내고 있다"며 "네오위즈의 'P의 거짓'처럼 해외 시장에서 비중이 높은 콘솔 게임기 전용 게임도 출시되고,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