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내년 미국 증시 전망 낙관·비관론 양분

"깜짝 성장에 증시도 호조" vs "내년 성장 둔화 예상"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오를 것으로 꼽은 종목은 엔비디아
내년 미국 증시 전망과 관련해 미국 월가가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나누어진 모습이다. 호조를 예상하는 쪽은 미 경제의 깜짝 성장을 기대하고 있지만, 성장 둔화를 점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올해 연말 주식과 채권, 금, 가상화폐 등 사실상 모든 투자수단에 돈을 넣었다.

우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연계된 상장지수펀드인 SPDR S&P 500 ETF 트러스트에는 이달에만 400억달러(약 51조8천200억원)가 유입돼 1993년 이후 월간 기준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 24% 급등한 S&P500지수가 2017년 이후 주간 기준으로 최장기간 상승 행진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안전하면서 수익률도 지난 2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인 약 5.2%에 달하자 머니마켓펀드(MMF)의 자산도 6조달러 이상으로 늘었다.

일부는 MMF 자산이 주식 투자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어 내년 증시도 활기를 띨 수 있다고 말하지만, 다른 일각은 소비에 쓰일 것이라고 본다. 높은 수익률에 따라 미국인들이 MMF 현금 보관을 통해 거둔 이자만 약 3천달러에 달했다.

지난 10년간 이자 총합보다도 많다.

이는 올해 미국인들의 소비를 늘리는 힘이 됐지만, 내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로 수익률이 떨어지면 불로소득이 줄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와 미 국채에 대한 투자 규모도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올해 들어 두 배 이상 상승한 비트코인 가격은 투자자들이 얼마나 투자 위험을 떠안으려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내년 증시 전망과 관련해서는 월가는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양분돼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특히 올해 증시가 활기를 잃을 것으로 당초 예견했던 도이체방크의 빙키 차다 주식 전략가도 강세장을 예상했다.

차다 전략가는 올해 이코노미스트들이 경제 성장 정도를 과소평가했다면서 "증시를 더 밀어 올리는 깜짝 성장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 전문 업체 펀드스트랫의 톰 리 공동창업자 겸 수석 애널리스트도 리세션(경기 침체) 징후가 없다면서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연준이 내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면서, 금리 인하가 없더라도 떨어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역사적으로 높은 임금 상승률이 소비를 부추겨 기업 이익을 한층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에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의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심각한 경기 침체가 없었다고 해서 리세션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금리의 여파가 경제 전반에 걸쳐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관론자들은 더 많은 미국인이 구직 시장에 나오면서 실업률이 소폭 상승하고 있고, 신용카드 및 자동차 대출 연체자가 증가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JP모건의 제이슨 헌터 주식 전략가는 "시장이 내년 예상되는 성장 둔화를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매우 장밋빛 전망에 맞춰 증시의 가격이 책정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내년 가장 상승 여력이 많은 것으로 꼽힌 종목은 엔비디아라고 경제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전했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팩트셋이 조사한 전문가 가운데 94%가 엔비디아에 대해 '매수' 의견을 냈고 잠재적 주가 상승 여력은 37%로 분석됐다. 퍼스트솔라(매수 추천 비중 83%, 잠재 상승 여력 36%)와 할리버튼(87%, 34%), 번지글로벌(77%, 33%) 등도 기대주로 지목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