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인구절벽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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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 장래 인구추계 충격적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나뭇가지 등에 몇 번 부딪치거나 기막힌 낙법으로 크게 다치지 않고 살아나곤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 상황이 바로 그런 것 같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일 뿐만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다. 지난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인구추계는 매우 충격적이다. 2022년부터 2072년까지의 인구 동향을 살펴보면 총인구는 5167만 명에서 3622만 명으로 감소하고, 인구증가율은 2025년 이후 점차 줄어들어 2072년엔 -1.31%로 예측된다. 특히 생산연령인구는 3674만 명에서 1658만 명으로 떨어져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 인구인 총부양비가 41명에서 119명으로 2.9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청년 고용·주거 불안과 경쟁압력
구조적 문제 개선으로 줄여줘야
여성 노동참여 확대·생산성 제고
연금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한국은행 보고서는 이런 저출산·고령화의 원인과 영향, 향후 대책을 분석했다. 초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청년들의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 주거, 양육에 대한 불안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문제는 인구 밀집도가 높을수록 악화하고 있다. 적절한 대응책이 없을 경우 2050년대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전반의 불평등, 특히 이미 심각한 고령층의 빈곤과 소득 불평등 역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대응책으로는 고용, 주거, 양육에 대한 불안과 경쟁 압력을 줄이기 위한 정책, 경제의 구조적 문제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진단이다.경제활동인구 감소 대책으로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제언과 같이 근로시간의 성별 격차를 줄이는 방안이 속히 마련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등으로 여성 노동 인구가 남성보다 18% 적고, 임금은 남성보다 31% 낮다. 이를 다른 국가의 평균 수준으로 맞출 경우 1인당 소득이 18% 늘어날 수 있다. 여성의 육아 부담과 경력 단절에 따른 손실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아직 미진한 남성들의 육아 휴직 사용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금개혁이 필수적이다. 보험료와 수급 금액의 조정으로는 국민연금의 장기 지속성을 달성할 수 없고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생활 보장은 어렵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을 포함한 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연금 체계의 총체적 개혁이 이뤄져야만 노후 생활 안정이 가능하다. 특히 아직도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퇴직연금 개선이 시급하다. 퇴직연금 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무늬뿐인 디폴트옵션을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게 다시 정립해 장기적인 분산투자로 노후소득을 확보한 선진국의 길을 우리도 가야 할 것이다. 개인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의 유동화는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하다. 정부가 제공하는 주택연금을 민간 운용 역모기지로 확대해 ‘하우스 푸어’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경제성장률 하락을 막고 역동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의 획기적 개선이 필수적이다. 최근 맥킨지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제언에서 제조업 중심의 경제 체제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의 개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중소기업 생산성을 두 배 향상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를 줄이고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인적 자원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를 통해 바이오,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의 고급 인력 공급을 대폭 늘리고 이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전반에 고르게 진출해야 한다.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한 핵심 기관은 대학인데 지난 15년간의 등록금 동결과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의 급속한 감소로 대학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그동안 미뤄졌던 대학 구조조정을 시급히 시행하고 대학과 산업계의 산학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역 개발과 수도권 인구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보다 개혁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연금개혁, 대학 구조조정 등 개혁적인 정책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혁을 미루기에는 인구절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