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충전 기업 주가 '급브레이크'…차지포인트·블링크차징 60~70% 하락

車수요 둔화에 수익성 악화
EV고는 올해 손실 낼 전망
전기자동차 충전업체들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미국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업인 차지포인트 주가는 올해 들어 26일(현지시간)까지 73.87% 하락했다. 같은 기간 블링크차징 주가는 62.44%, EV고 주가는 17.67% 빠졌다. 차지포인트는 지난 3분기 매출이 예상치를 대폭 밑돌았고, 블링크차징과 EV고는 올해 연간 손실을 전망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 증가세가 둔화하는 데 있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해 1~10월 전기차 판매량은 약 86만9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지만, 지난해 증가폭에 비해서는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선두 주자인 테슬라가 “내년부터 자체 충전 네트워크를 다른 전기차 운전자에게도 전면 개방하겠다”고 밝히면서 중소 경쟁사의 입지가 좁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를 제외한 전기차 충전 기업들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딜레마에 발목이 잡혔다”고 전했다. 이 딜레마는 전기차 판매량과 관련 인프라 확장 중 무엇이 우선순위인지에 관한 논쟁이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게 하려면 충전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기차 판매량이 충전 업체들의 이익을 보장할 정도가 될 때까지, 이들 업체는 충전 사업만으로 수익을 낼 수 없다는 문제에 직면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030년까지 50만 개 공공 충전기 설치를 목표로 내세웠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16만 개가량의 공공 충전기가 배치돼 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만약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을 전기차가 차지한다면 2030년까지 필요한 공공 충전기는 150만 개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전기차 충전 업체 임원은 “전기차 시장과 충전 인프라 시장은 한동안 ‘따라잡기 게임’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릭 윌머 차지포인트 최고경영자(CEO)는 “충전기 설치 투자는 일종의 재량(비필수) 구매”라며 “호텔, 쇼핑몰 등 전기차 충전기를 편의시설로 제공하는 업종에서는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따라 충전기 설치를 보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렛 카스텔리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전기차 충전 기업은 자동차 제조사나 석유·가스 등 에너지 기업처럼 통폐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