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8% 상승"…암호화폐보다 더 오른 암호화폐 관련 주식들

마라톤디지털 주가 688%, 코인베이스 386% 급등
비트코인 등 랠리 반영,상승 지속여부는 주시해야
사진=AFP
올해 비트코인이 150% 이상 상승하면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웃었지만, 암호화폐 관련 더 큰 대박은 주식시장에서 나왔다.

2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올해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마라톤 디지털(MARA)은 688% 상승했다. 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나 비트코인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로 유명한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MSTR), 비트코인 투자업체인 그레이스케일신탁 (GBTC) 같은 기업의 주가도 300% 전후로 크게 올랐다. 마라톤 디지털은 주요 암호화폐보다 많이 오른 것은 물론 미국 증시 전체에서도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다.

팩트셋에 따르면, 시가총액이 최소 50억 달러(6조4,900억원)을 넘는 미국 상장 기업 가운데 최고의 수익률을 낸 8개 주식중 4개가 비트코인 관련 주식이다.

이들 주식은 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관련 주식에도 암호화폐의 겨울이 이어진 지난해 이후로 크게 반등한 것이다. 이들 주식은 지난해 암호화폐 대출 기관 및 암호화폐 투자 헤지펀드 등의 파산,채굴자의 막대한 손실에 FTX의 파산 등으로 주가가 폭락했었다. 그러나 FTX 창립자인 뱅크먼프리드의 유죄 판결과 거래소인 바이낸스 창립자 자오창펑에 대한 기소 등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피해가 대부분 현실화된 것으로 투자자들이 보고 있다. 특히 올해 비트코인을 끌어올린 가장 큰 동인은 연준의 금리 인상 완화로, 암호 자산 같은 위험 자산의 매력도가 올라가게 됐다.

여기에 4년마다 찾아오는 반감기가 내년 5월로 예정된데다 새해에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가 대거 등장할 가능성도 암호자산 랠리를 부추겼다.

비트코인은 전 날 42,683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가격이 약 16,500달러였던 연초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승리이다. 2021년 11월의 최고 기록인 약 69,000달러보다 여전히 38% 낮다.채굴회사 마라톤 디지털은 1년전에는 비트코인 가격 폭락, 채굴장의 정전, 파산한 채굴업체 컴퓨트 노스에 대한 재정적 노출로 분기 매출 2,840만달러에 약 4억 달러의 손실로 존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 회사는 올해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돼 매출은 1년 전보다 9,780만 달러로 급증하고 3분기 순이익이 6,41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또 지난 주 텍사스와 네브라스카에 비트코인 채굴장을 추가로 1억 7,860만 달러에 구매했다고 발표했다.
채굴 분야를 제외하면 올해 미국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암호화폐 주식은 코인베이스로, 전 날 기준 386% 급등했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상장된 거래소인 이 회사는 지난 11월 말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부진으로 미국 이외 거래 시간에 점유율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코인베이스의 수익과 주가는 2021년 암호화폐 거래의 전성기보다는 여전히 낮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올해초까지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면서 사업이 안정됐다.

코인베이스는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코인을 제공해 3분기 기준 비트코인은 코인베이스 거래 수익의 37%에 불과하고 이더리움 18%, 기타 암호 자산이 46%를 차지하고 있다. 또 수익원을 다각화해 이자 소득과 스테이블 코인 수익(USDC 준비금을 통해 벌어들임)이 고금리 덕분에 최근 분기에 두 배 이상 증가한 2억 1,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회사 CEO인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거래 매출은 코인베이스 순매출의 절반 미만이며 고금리에서 수익내는 사업과 저금리에서 수익이 올라가는 사업을 고루 갖게됐다고 말했다.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는 올해 330% 상승했다. 이 회사는 2015년 미국 최초의 공개 거래 비트코인 펀드로 장외 시장에 진출하여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간접 소유하는 방법을 제공했다.

암호화폐가 암울했던 작년 말,이 회사의 순자산 가치는 50%가 줄어들었으나 현재는 할인율이 5.6%로 줄어들었다. 이 펀드는 현재 약 266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247억 달러이다.

SEC(증권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한 ETF 소송에서 승리한 이 회사는 내년에 ETF로 전환하는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 ETF를 발행하면 종전 폐쇄형으로 운영되던 것보다 유동성이 높아져 순자산가치에 맞게 시장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1989년 기업소프트웨어 회사로 출발했으나 현재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이 174,530개(현재 가치 74억달러)로 여기에서 기업 가치의 대부분을 얻고 있다. 올해 주가가 327% 상승하면서 시가총액이 83억달러로 늘어났다.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사업은 3분기에 1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2020년 3분기에 총 4억 2,500만 달러에 38,250개의 비트코인을 매입했으며 공동창업자이자 전 CEO인 마이클 세일러는 암호화폐의 전도사중 하나로 작년에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암호자산 관련 기업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마라톤 디지털은 거래 가능한 주식중 23% 이상이 공매도된다. 또 미국 상장 기업의 단기차입금리가 평균 5%인데 마이크로스트래터지는 21%, 코인베이스는 14%에 달한다.

비트코인 신봉자들이 고려할 위험 요인들도 여전하다.

2022년 비트코인이 60% 이상 하락했을 때 코인베이스나 마이크로스트래터지 주가는 최소 74% 하락했다. 마라톤 디지털은 90%이상 폭락했고 일부 기업은 파산했다. 하락할 때의 충격파가 다른 주식들보다 크다는 뜻이다.

여전히 워렌 버핏 같은 전설적 투자자들이나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같은 주류 금융인들에게는 아직 신뢰받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다이먼은 이달 초 상원은행위원회에서 “암호화폐의 유일한 실사용 사례가 범죄자 마약밀매자, 돈세탁, 탈세용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 많은 기관 자금이 투자 수단으로 비트코인으로 유입됨에 따라 부정적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낮아 보인다고 CNBC는 지적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